“나는 진정, 내자신에서 우러나오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왜 그토록 힘들었던가?”(헤르만 헷세)

빈곤가족 전문상담센터에서 내가 만난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아주 열심히 꾸려가는 분들이었다. 대부분이 한부모로서 가장이셨고 자녀들을 돌보고 계셨다. 그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 여성은 자녀가 영아기의 아기였고 자신의 질병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정말 일을 원했고 억척같이 일을 해나갔다. 내 삶이 피곤하다고 느끼고 회피하고 싶어 할 때 삶 자체로 도전을 주시는 분이었다. 병을 치료하기위해 노력하셨고 이루어내셨고 자신에게 적절한 일을 찾아내곤 했다. 그분이 벗어난 가족상황은 속임과 속임의 연속으로 인해 절망의 끝이었지만 스스로 벗어났고 현재의 삶을 선택하고 꾸려나가고 계신다.

또 다른 여성은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이 돌아가셨고 남겨진 것은 두 아이와 자신뿐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친정과 시댁의 긍정적 지원(심리적 지지와 자녀를 돌보아주는 것에서)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여성이 자신의 삶을 멋진 인생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주변체계와의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긍정적 관계의 형성, 일터에서의 성공적 적응, 더 나은 성취를 위한 노력을 포함하고 있었다.

또 한분의 여성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살다가 남편의 질병ㆍ사망과 갑작스런 회사의 부도 등으로 사춘기의 자녀와 빚이 남겨진 경우이다. 극적인 변화는 아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힘겹고 고된 생활의 시작이었다. 열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셨다. 그러나 과도한 노동은 질병을 가져왔고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마음 따뜻하고 젊은 큰아들, 침착하고 바른 둘째가 이분의 보물이다. 이아들만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고 그 길은 공부밖에 없다고 여기고 계신다. 여러 상황은 둘을 힘들게 한다. 친척들은 등을 돌리고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열심히 길을 찾고 계신다. 살기위해...

이분들에게 진정 가치있는 일을 찾는 것,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기에는 이세상은 정말 힘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다.

자신의 삶을 개인적으로 규정하던 가족으로 규정하던지 그것은 각개인의 인식과정의 산물이다. 무엇이 실체(reality)이라고 본인이외의 사람이 규정을 내릴 수 없다. 각기 다른 삶의 무게를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이혼이든 사별이든 비혼이던지 간에, 가난하던 부자이던지 간에, 나이가 젊든지 나이가 들었던지 간에 자녀가 있던, 없던 간에 ... 그 외의 다양한 상황들로 인해 다른 생각 다른 느낌 다른 행동을 통해 결정을 하고 움직인다. 그래서 어떤 행위에 대해 판단을 먼저 하기보다는 각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지ㆍ지원을 필요로 한다. 질병이 악화되지 않고 질병으로 인해 더 상황이 나빠지지 않고 외로움과 소외로 세상과 벽을 쌓지 않도록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성가장 사례발표를 하시던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노점에서 일할 때 찾아와 팔아주시던 분들이 작은 가게를 오픈했을 때 찾아와 주시면서 기뻐해 주시는 분들이 바로 그분들이셨고 내가 사는 힘은 이 지역에서 함께 살고 계시는 분들이라고... / 충북여성민우회 박현순

경력
1963년출생
현 충북여성민우회 정책위원장
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전 청주빈곤가족전문상담센터 상담실장
전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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