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얼마 전 가끔씩 이용하던 동네 카페에 들렀다가 당황했던 적이 있다. 평소 음료 주문하던 곳에 '무인주문기'가 떡 하니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경험이 없었던 바는 아니었지만 흔히 동네장사라고 하는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무인주문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프랜차이즈 점포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어쩌면 요즘같이 사람들 간의 접촉을 꺼리는 시기에 대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무인주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다른데 있다. 역설적으로 '무인주문기'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무인주문기'가 설치된 곳 어디든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줄 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온데 간 데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앞사람이 수차례에 걸쳐 터치한 화면을 별도의 소독처리 없이 뒷사람이 연이어 만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계 조작에 서툰 사람들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터치하는 것도 다반사다. 사람들간 접촉이 두려워 악수도 꺼리는 세상에 말이다. 마스크 착용 못지않게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코로나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지금부터라도 무인주문기에 대한 더욱 철저한 소독과 방역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특히 영화관, 음식점, 은행, 병원, 주유소, 엘리베이터 등…, 어딜 가나 터치스크린에 손대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는 게 요즘 현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디지털시대에 발맞추어 고객주문의 편리성과 점포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설치되는 '무인주문기'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감염위험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인 만큼 '무인주문기'에 대한 철저한 방역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며, 안심할 수 있는 무인주문기 관리가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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