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이상 고가 연구시설 32% 대전에… '과학도시' 명성 재확인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내부. 199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 중부매일DB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내부. 199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 중부매일DB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국가대형연구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충북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총사업비 1조원의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가대형연구시설은 과학기술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초과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돼 국가차원에서 투자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국가가 관리·운영하는 대형연구시설 현황을 분석해봤다. / 편집자


정부가 R&D예산으로 구축한 국가대형연구시설의 32%는 대전광역시에 위치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대형연구시설이란 50억원 이상 투자된 시설을 말하며, 정부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국가연구장비 7만 개 중 일부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국가연구시설도 대전 신동지구에 구축중인 중이온가속기로 나타났다. '과학도시=대전'의 위상을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50억원 이상 연구시설의 32% 대전에

■ 구축비용 상위 10개 국가대형연구시설 (해외 제외)
■ 구축비용 상위 10개 국가대형연구시설 (해외 제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연구시설 현황(2018년 말 기준)을 분석한 결과 대형연구시설 136개의 소재 지역으로 대전이 44개(3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이 13개(9.6%), 서울·경북·경남·전북 각 10개(7.4%)로 집계됐다. 충북에는 9개가 있어 6.6% 비중을 보였고, 경기 6개, 대구와 해외 각 5개, 부산 4개, 광주와 울산 각 3개, 충남과 인천 각 2개로 나타났다. 강원과 제주는 한 곳도 없었다.

대전에 국가연구시설이 많이 분포돼있는 것은 대전 대덕특구가 1973년 조성되면서 과기정통부 출연연구기관 21개 등이 입주하는 등 인프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출연연구기관들이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입주하면서 대전에 국가대형연구시설들이 많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국가대형연구시설 136개 중 123개(90.4%)는 운영중이고, 13개는 구축중이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연구시설 실태조사를 2019년까지는 구축비용 기준으로 실시해왔지만 그 이후에는 구축비용을 기준으로 분류하지 않아 이후 자료는 없다.

최고가 시설은 대전 중이온가속기

대전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연구시설로 총 1조5천억원이 투입돼 2011년부터 구축중이다. / 한국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대전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연구시설로 총 1조5천억원이 투입돼 2011년부터 구축중이다. / 한국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국내에서 가장 비싼 연구시설은 대전의 중이온가속기로 나타났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렸던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대전 신동·둔곡지구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1조5천억원을 쏟아부은 과학벨트 내 핵심연구시설이다. '라온(RAON)'이라고 이름붙여진 중이온가속기는 2011년 착공해 당초 2017년 완공이었으나 완공시점이 두차례 연기돼 2022년 구축 완료가 예상된다. 중이온가속기란 헬륨보다 무거운 원자를 이온상태로 만들어 가속시키는 장치로 암 치료, 단백질 구조 분석 같은 의생명공학, 신소재 개발 등 기초과학 연구에 활용된다.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내부. 199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 중부매일DB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내부. 199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 중부매일DB
포항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 내부. 2015년 완공됐다. /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포항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 내부. 2015년 완공됐다. /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두번째 고가 연구시설은 포항의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로 구축비용이 6천976억원이다. 2016년 준공됐다. 이보다 앞선 1995년 방사광이용 연구를 개시한 포항의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3천976억원으로 4위에 랭크됐다. 포항의 3세대 가속기는 세계 5번째로 구축됐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켜 발생하는 빛을 통해 물질의 입자를 관찰하는 슈퍼현미경과 같은 시설이다. 기초과학 연구는 물론 반도체, 바이오신약, 신소재 개발 등 첨단산업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실험장비다.

충북 청주 오창에 들어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총사업비가 1조원으로, 공사에 착수하면 국가연구시설 중 두번째 고가 시설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2022~2027년 건설공사를 거쳐 2028년 1월 본격될 운영 예정이다./ 중부매일DB

지난해 충북 청주가 유치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총사업비가 1조원으로, 구축공사가 시작된다면 국가연구시설 중 두번째 고가 시설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청주 방사광가속기는 2022~2027년 건설공사를 거쳐 2028년 1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포항에 구축된 3세대 가속기보다 1억배 밝고 1천배 빠른 속도로 초미세 세계 관측이 가능하다.

전남 고흥에 있는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 시스템. / 출처: 연구시설·장비종합포털 'ZEUS'
전남 고흥에 있는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 시스템. / 출처: 연구시설·장비종합포털 'ZEUS'

3위는 한국형 발사체 추진기관 시험설비로 초기 구축비용이 6천585억원이다. 2010년부터 전남 고흥에 건설중으로,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나로호) 발사시설인 KSLV 발사대시스템, 누리호 지상제어시스템 등이 있다.

경주에 있는 100Mev, 20㎃ 선형 양성자가속기 내부. / 출처: 연구시설·장비종합포털 'ZEUS'
경주에 있는 100MeV, 20㎃ 선형 양성자가속기 내부. / 출처: 연구시설·장비종합포털 'ZEUS'

5위는 대전에 있는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로 3천923억원이 투자됐다. 이어 수출용 신형 연구로(1천884억원·구축중·부산), 100MeV 20㎃ 선형 양성자가속기(1천809억원·운영중·경북 경주), 우주센터 업그레이드(1천565억원·구축중·전남),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1천358억원·운영중·경남) 순이다.

 

국가·지역 연구시설·장비 관리체계 구축

국가연구시설 관리체계. / 과기정통부 제공
국가연구시설·장비 및 지역 연구시설·장비 관리체계. / 과기정통부 제공

국가연구시설 외에 지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연구시설·장비도 관리·활용할 수 있는 정보관리체계가 이달 초 구축됐다.

정부 R&D예산으로 구축한 연구시설·장비는 2015년부터 연구시설·장비종합포털 '제우스'(www.zeus.go.kr)를 통해 등록부터 예약·상담·처분까지 전 주기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지역별로 연구장비 전체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할 정보체계는 없었다. 정부 R&D예산과 기타예산(비R&D, 지자체, 민간재원)으로 구입한 연구장비는 전국 8만8천여점(13조3천억원)으로 파악된다.

과기정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일 "전국 17개 지역의 연구장비관리 효율화를 위해 지역 연구장비 관리활용체계(R-ZEUS) 1단계를 구축해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자원인 연구시설·장비가 애물단지가 되지 않고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되도록 관리가 필요하고, 그동안 장비에 포커스를 뒀던 관리체계가 시설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코멘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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