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학교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여자배구 이재영, 이다영 두 선수가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게 되었다. 두 선수 모두 도쿄올림픽 티켓을 따내는데 크게 기여한 핵심 전력이지만, 일벌백계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배구의 흥행을 이끌던 쌍둥이 자매는 소속팀에서도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선수 생활마저 불투명해졌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며 자매가 출연한 광고와 예능 프로가 인터넷에서 모두 삭제되고 있다. 앞서 두 선수는 자필 사과문을 올려 사죄하고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파문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남자 배구에서도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폭로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배구계를 넘어 스포츠계 전체로 각성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후배나 다른 선수를 때리고 괴롭히는 건 사실 스포츠계의 오래된 문제이다. 운동할 때는 다 그런 거라는 말로 넘어간 시절도 있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잘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는 우리 현실이 체육계 폭력을 묵인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는 지난해 체육계의 고질적 폭력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를 가장 집요하게 괴롭힌 사람은 팀 주장이자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인 장윤정 선수. 장 선수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엘리트주의에 집착하는 국내 체육계에서는 에이스 선수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성적에만 매몰되는 분위기 속에서 선수 사이에 벌어지는 강압행위까지 용인되는 것이다. 일탈을 하고, 어떤 잘못을 해도 경기력으로 보상을 한다면 용서가 되는 것이다.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국가인권위 조사에서도 중학생 선수에 대한 폭행 폭언 가해자의 절반 이상, 고등학생 선수의 경우는 40%가 선배 및 또래 선수로 나타날 만큼 선수 간 폭력은 심각하다. 스포츠계의 폐쇄적 문화 속에서 피해자는 아픔을 가슴에 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언론에 노출되는 가해자들을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뒤늦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소셜미디어의 힘을 빌려 체육계의 학폭 문제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팀은 이런 폭력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며, 재발하지 않게 교육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스포츠계 학폭 미투 사건을 계기로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교육의 기본 원칙이 되도록 체육계 인권 감수성을 전면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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