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지난달 26일 첫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사망 신고 사례가 잇따르면서 코로나19 백신 공포증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까지 AZ 57만5천 명, 화이자 2만6천 명 등 60만1천 명이 백신을 맞았으며, 이중 AZ 백신을 접종한 16명이 사망했다. 방역 당국은 사망자 가운데 14명은 백신 접종과 사망간의 인과성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2명은 원인을 조사 중이다.

방역 당국은 "같은 기관과 날짜에 접종한 사례 등을 분석한 결과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없어 백신 이상이나 접종 과정의 오류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사망자 모두 백신 접종이 아닌 기저질환 악화로 숨졌다고 판단하고 백신 접종을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AZ 백신과 사망간 관련성이 없다는 발표에도 사망자가 이어지자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10여 개국이 지난 15일 AZ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접종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 나라는 AZ 백신 접종 이후 뇌혈전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예방 차원에서 일단 접종을 멈추고 유럽의약품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의약품청은 오는 18일 백신 접종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도 같은 이유로 AZ 백신의 일부 또는 전체 접종을 유보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WHO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16일 AZ 백신 접종 사망자 중 1명에서 뇌혈전이 생성된 사실이 첫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WHO는 "일부 국가의 접종 보류가 혈전과 백신 접종의 연관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AZ 백신의 계속 접종을 권고했다. 방역 당국도 1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까지 3억명 이상이 접종했고, 혈전과 관련성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AZ 접종을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사망과 백신 간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AZ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구토와 통증 등 이상 증상은 백신의 면역 반응이며, AZ 백신의 면역 반응이 일반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미리 경고하면 불안감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AZ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는 이유는 다른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효능이 낮은 데다 사망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2분기 AZ 백신 접종 대상자인 한 60대 주민은 "목숨이 달렸는데 불안한 게 당연하다"며 "나이 60이 넘으면 당뇨, 고혈압 등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다. 백신 탓이 아니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집단 면역을 목표로 하는 백신 접종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백신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선행돼야 한다. 방역 당국은 앞으로 백신 이상 반응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사망과 중증사례간 인과 관계를 명확히 규명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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