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기관·단체의 자체조사가 요란스러운 시작에 비해 알맹이 없이 계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시 설계부터 국가계획에 의해 추진된 세종시의 경우 의구심을 받을 만한 곳이 도처에 깔렸지만 정작 조사는 겉핥기 수준이다. 추가로 의심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셀프 조사'라는 이름의 자체조사 실효(實效)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충북도를 비롯해 많은 지지체들이 이를 준비하고 있는데 변죽만 울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종시는 LH발 의혹이 제기되자 사업 착수전부터 투기논란이 일었던 스마트국가산단 부지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시 공무원 전체 등 2천700여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여간 뒤졌지만 자진신고자 등 3명만 찾아냈다. 시민 제보 9건은 모두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걸로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만보면 세종시 공무원들은 부동산 투기 의혹로부터 자유로워 보인다. 그러나 이는 드러난 것중 실명거래만을 살폈을 뿐이다. 투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명은 손도 못대고, 다른 지역은 처음부터 제외돼 반쪽도 안된다.

이번 조사결과가 실상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곧바로 확인되고 있다. 시의 조사와 별개로 경찰쪽에서 자체첩보 등을 바탕으로 벌써 수사에 들어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부 중앙부처 공직자의 구체적 연루정황을 확인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시청을 비롯한 행정기관과 부동산 업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범위도 넓다. 경찰 수사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단순 투기보다 정보유출 때문이다. 각종 개발 정보의 사전 유출 가능성은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이제 그 실체를 들여다 보는 셈이다.

자체조사 발표를 무색하게 만든 경찰 수사로 인해 수사권 없는 지자체 전수조사가 벌서부터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이를 미룰 것 같지는 않다. 지자체들도 해야 할 것은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고, 애먼 행정력만 낭비할까봐 그러는 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무어라도 해야 하니까 하는 전수조사라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등기부를 들춰보는 것 말고 보상목적의 '벌집', 식재 등 확인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과거 형식적이었던 조사도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한다.

현장의 조사와 더불어 정책적인 변화도 투기 차단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번 사태와 같은 대형사고를 친 공공기관에 성과급 미지급은 획기적이고 효과가 있을 듯 하지만 지속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가 공연히 줄다리기를 하는 특검은 일회성에 그칠 수 밖에 없고 시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논란이 일면 목을 매다가도 지나면 기억조차 못하는게 우리 정치권이기에 하는 말이다. 따라서 지금 샅바싸움보다는 전수조사가 필요없는 사전 검증과 예방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전수조사 논란은 이번에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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