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규정 일방 결정… 저품질 자치경찰제 우려
충북경찰청 "조례심의 과정에서 수정요청 할 것"

충북도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도청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우려했던 '경찰 패싱' 자치경찰제 조례안이 입법예고 됐다. 그간 신중함을 강조해온 충북도는 결국 자치경찰제의 한 축인 충북경찰청의 의견을 묵살한 조례안을 손에 쥐었다.

충북도는 23일 '충청북도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충북도와 충북경찰청 간 쟁점이 됐던 경찰공무원 예산 지원에 대한 내용은 의견조율 없이 수정됐다.

경찰에서는 도의 일방통행에 대해 '자치경찰제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 조례안 상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도와 경찰이 막판까지 협상을 벌인 조항은 경찰공무원 후생복지 지원이다.

경찰청의 표준 조례안에서는 지자체가 자치경찰사무담당 공무원 등에 대해 폭넓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명시하며, 지자체 사정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북경찰은 표준안 그대로 조례안에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충북도는 지원 범위를 축소(자치경찰사무담당 공무원→자치경찰 사무국 소속 경찰관)하는 안을 내세웠다. 이를 반영할 경우 지원 범위가 수백명에서 20여명으로 축소된다.

두 기관은 보름여에 걸친 협상에서조차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도는 경찰과 의견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마지막 협상을 준비하던 경찰은 이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았다.

도가 지원 범위를 축소한 것은 재정적 이유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도 상황을 고려, 자치경찰제 운영에 있어 국가재정지원을 이끌어 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충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제주 제외)에서는 해당 조항을 건드리지 않았다. 중앙집권적 경찰권한을 분산한다는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를 공감했기 때문이다. 권한을 갖는 만큼 일정 예산지원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 자치경찰제는 일원화 모델이다. 시·도위원회에서 정책을 결정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것은 경찰이다. 충북도의 조례안이 통과할 경우 권한만 가지고 책임(재정적 지원)은 회피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임용환 충북경찰청장은 도의 조례안 수정을 막기 위해 지난주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만나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임 청장은 "후생복지 예산지원 규정은 선택적 지원을 하면 된다. 만약 조례안 범위가 축소된다면 지원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경찰내부의 반발이 일 수 밖에 없다", "유능한 경찰관들을 자치경찰로 유치하려면 기피현상(자치사무 전가 우려, 홀대 우려, 격무 비선호)을 해결해야 하는데, 지원범위를 축소하면 자치경찰제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도의 강행처리는 막지 못했다.

충북경찰 관계자는 "충북자치경찰제 성공을 위해서는 자치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에 대한 지원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서 내용이 다시 수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자치경찰 조례안에 대한 입법예고는 4월 7일까지 이뤄진다. 같은 달 12~14일 사이 조례규칙심의위원회가 진행된다. 이 절차가 지나면 도의회에 조례안이 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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