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면시행이 불과 100일도 남지 않은 자치경찰제 운영주체간의 불협화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일방 추진 등 과정상의 문제로 일이 꼬여버린 양상이다. 더구나 이같은 마찰의 배경에 제도적 미비가 깔려있다. 자치경찰 출범을 위한 틀과 진행 모두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까닭이다. 원인이야 어떻든 협의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다. 일부 사안의 구조적인 문제는 제도적 정비를 함께 추진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추는게 우선이다.

충북 자치경찰의 한 축인 충북도가 관련 조례를 일방적으로 마련해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의견수렴에 이어 내달 도의회에 상정해 5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몸이 단 경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충북도가 갑자기 속도를 낸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합의를 건너뛴 채 조례를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통상 입법예고는 관련있는 기관 등에 사전 통지해야 하는데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게 충북경찰의 지적이다. 경찰측 건의 사항도 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에 충북도는 조례를 서둘러야 했고 의견수렴을 충실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기관 대 기관' 등의 절차문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이런 입장은 자치경찰제에 대한 주도권과 연관이 있다. 당장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의 운영 예산부터 문제다. 재정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자치업무를 맡은 경찰들에게 지급할 복지포인트 등 관련예산을 지자체가 짊어져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제도 변경에 따른 국비부담 보완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권한 보다 예산부담이 커 보이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자치경찰제 관련 예산 문제는 도의회가 얼마전 대정부건의안으로 개선을 촉구할 만큼 간단치 않아 후속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치경찰 사무범위를 정하는데 있어 경찰측의 역할 또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앞서 행안부가 보낸 기본안에는 강제규정으로 '관련조례 개정시 지방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물론 의회도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시도의장들도 임의 규정으로 조례를 제·개정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조례 갈등은 경찰측 의견과는 달리 충북도와 도의회 뜻대로 될 공산이 크다. 제도적 미비가 보이는 만큼 전면은 아니더라도 개선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조례안 강행처럼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일 처리는 곤란하다.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기관 대 기관'으로 격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충북도의 위신도 함께 선다. 조례안 논란속에 이시종 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경찰쪽의 비난이 집중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출범전부터 이렇다면 시범운영은 물론 앞으로의 상황이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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