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첫날인 29일 청주 시내 초등학교 스쿨존 곳곳에서 차량들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안전 신문고' 앱을 사용해 주민이 직접 신고하면 담당 공무원의 현장 확인 없이 승용차의 경우 8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김용수

차량 등 교통정책은 도로 및 통행환경과 맞물려 있다. 통행량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예방을 위해 차량의 제한속도를 바꾸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교통량이 아니더라도 여러 요인에 의해 통행환경은 바뀔 수 있다. 교통사고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대표적이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화된 안전운전 의무가 주어진다. 자칫 작은 사고로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런 까닭에 스쿨존의 규제는 그 어느곳보다 강력하다.

그럼에도 스쿨존의 교통안전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관련 법규 등 여러 안전장치들이 나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거나 이뤄진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백년하청이던 스쿨존 통행환경은 지난해 일명 '민식이법'이 만들어지면서 크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과잉처벌 논란을 빚을 정도로 가해자를 가중처벌하고 각종 안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강제력을 크게 강화해 운전자들의 주의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끈 것이다. 오는 5월부터는 범칙금과 과태료 등 주·정차에 대한 규제도 훨씬 세진다.

법 시행 1년이지만 그사이 스쿨존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스쿨존 교통사고 건수는 전년보다 15.7%, 사망자는 절반으로 줄었다. 충북의 경우도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1년전에 비해 33%가 감소했다. 과속단속 건수도 장비가 많이 늘어났음에도 32.5%가 줄었다. 반면 스쿨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율은 전국적으로 6%에서 21%로 향상됐으며 충북에서만 올해 200대가 넘는 카메라가 설치된다. 또한 전국의 90% 가까운 스쿨존에 신호기가 설치되는 등 시설·장비의 개선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같은 시설·장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한 환경의 스쿨존도 적지 않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주·정차다. 운전자는 물론 아이들의 시야를 가려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교통지도 단속때만 피했다가 차량을 세우는 경우도 많다. 정부와 지지체들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학교앞 통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곳이라면 과감하게 인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주정차를 할 수 없도록 도로상황을 바꾸고 주기적인 단속과 주정차 단속 카메라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스쿨존 통행환경 수치가 나아지기는 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이 크게 감소한 만큼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민식이법으로 인해 안전시설은 뚜렷하게 좋아졌다. 지금의 성과도 대부분 여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해결할 주정차 문제도 마찬가지다. 굳이 처벌강화를 내세우지 않고 환경개선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스쿨존 교통안전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처벌보다 환경개선이 먼저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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