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전 YTN 충청본부장

현대인들은 미디어(Media)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누구라도 미디어를 접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낼 수 없을 정도다. 미디어는 중간의 뜻인 'medi'를 포함하듯 정보, 소식 등의 제공자와 수신자를 연결하는 중간 매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디어는 정보, 소식을 실어 나르는 운반 도구다. 그저 전달 도구일 뿐이지 그 도구가 정보, 소식을 만들어내거나 그 정보, 소식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우편, 전보 등 전신 형태로부터 신문, 라디오, TV 등 대중에 의존하는 언론매체를 거쳐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듯 급속하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뉴미디어(New media)가 출현했다. 고속 통신망을 중심으로 유무선 디지털 단말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뉴미디어는 개별적인 기존 미디어들의 특성이 신기술과 결합해 더욱 신속하고 편리하고 진화된 기능을 가진다.

뉴미디어는 인터넷과 이동통신(스마트폰)을 비롯해 케이블방송, 인터넷신문, 각종 포털, 유튜부 등을 포함한다. 기존 TV, 종이신문(Newspaper)은 뉴미디어가 아니다. 이들은 정보의 흐름이 일방적이어서 제공자와 수신자 간의 상호작용이 공간을 초월하면서 실시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의 기본은 쌍방향 의사소통이 실시간과 초공간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기존 미디어와 크게 다른 특징이다.

특히 뉴미디어 군단을 이끈 것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기반으로 SNS 이용자들이 상호 정보, 의견을 공유하면서 대인관계 망을 확장하게 하는 소셜 미디어다. SNS는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관계망이나 상호관계를 구축해 주고 보여 주는 웹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 또는 플랫폼"이다. SNS 이용자는 의견이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고, 그 이용자와 연계를 맺고 있는 이용자를 포함해 또 다른 이용자가 그것에 대한 반응으로 또 다른 의견과 정보를 게시할 수 있다. 쌍방향 의사소통 도구로 지금까지 개발된 비대면 미디어로는 최첨단이다.

뉴미디어의 탄생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미디어 현상이 있다. '융합문화(Convergence culture)'다. 이는 미국 MIT 인문학부 교수이자 미디어 비교연구 프로그램의 창립자인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의 저서『컨버전스 컬쳐: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충돌』에서 주장한 '뉴미디어와의 관계와 경험을 인식하는 이론'이다. 이는 오늘날의 미디어 현실이며 앞으로 대중문화의 양상을 뒤바꿀 '미디어 융합'이라 할 수 있다. "올드 미디어(Old Media)와 뉴미디어가 교차하는 지점, 풀뿌리 미디어와 기업형 미디어가 충돌하는 지점, 그리고 미디어 제작자들의 권력과 소비자들의 권력이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이론이다."

융합문화는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공존하는 가운데(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사이를 흘러 다니는 가운데)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의 생산-소비 양식의 변화로 미디어 콘텐츠 제공자와 수용자 간에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문화 전반을 일컫는다. 융합문화의 총아(寵兒)는 스마트폰이다. 전화에 이어 문자와 영상 메시지 전송은 물론, 영상통화, GPS 기능, 인터넷 서핑, TV 시청, 폰뱅킹 등이 가능한, 정말 영리한(Smart) 첨단 이동기계다. 이젠 수불석기(手不釋機: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다. 필자의 조어)다. 현대인들은 신체의 한 부위가 된 스마트폰을 통한 융합문화의 재영토화와 탈영토화를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는 마치 인간처럼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융합문화의 형태로 생성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생명 권력을 지닌 생명체와 다름이 아니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전 YTN 충청본부장

뉴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변형, 가공하고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의 소비가 가능하게 되지만, 그 영역은 미디어 내에서만이다. '손오공이 아무리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얘기다. 전체 매체를 융합, 통제, 통합, 포획하는 '더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 역시 예측된다. 따라서 갈수록 미디어의 융합문화 강도는 더 거세지고 예측불허일 것이다. 새로운 문명과 문화의 창출이 기대되지만, 인간들은 부지불식간에 당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노예화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미디어의 노예가 된 지 오래다. 고대 노예제의 노예만이 노예가 아니다. 현대인은 의식을 상실한 채 존재에 함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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