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충북도와 충북경찰청이 자치경찰제 조례를 놓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부으며 두 기관 모두 '남 탓'만 하고 있다.

며칠 간 경쟁하 듯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경찰 쪽에서 도내 각 경찰서 직장협의회가 가세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충북도에서도 아군이 튀어나올지 관심이 갈 정도로 파열음이 크다. 두 기관의 다툼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치경찰 사무 범위 관련 의견 청취 사안(제2조 2항)이다. 충북경찰청은 '강행'을, 충북도는 '임의' 규정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자치경찰 사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관련된 범위 한정(제16조)이다. 자치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후생복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충북경찰청과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충북도의 입장이 팽팽하다.

언뜻 들여다보면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 내지는 힘 겨루기 양상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를 물고 뜯으면서 각자의 논리만 주장했지, 치안서비스를 받는 충북도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행정절차법 위반, 자치입법권 침해, 자치분권 위배 등 온갖 어려운 말을 가져다 쓰면서 정작 충북도민이 겪을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두 기관은 서로의 입장차만을 반복적으로 떠들지 말고, 두 가지 충돌점으로 도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을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를 조정할 때 의견 청취를 왜 강제해야 하는지, 또는 선택적으로 의견을 물을 수 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등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재정 지원 범위와 관련해서도 치안서비스 소비자에게 어떠한 영향이 미치는지를 세세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두 기관의 싸움에 도민들은 관심이 없다.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알력 싸움으로 뿐이 보이지 않는다면 무리한 관전평일까. 여튼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만 든다. 도민들은 뒷전인 지루한 싸움을 멈춰야 한다. 자치경찰제 시범 운영 전부터 이 지경인데, 이 제도가 오는 7월 전면 도입되면 두 기관의 행태는 가관일거다. 이로 인해 애꿎은 도민들만 피해를 볼 게 뻔하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이제라도 충북도와 충북경찰청은 도민들의 입장에서 온전히 판단해야 한다. 마주보고 으르렁거리지 말고 도민들만을 바라봐야 한다. 충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자치경찰제 출발이 가장 늦은 편에 속한다. 결코 빠른 게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성공의 지름길이다. 자치경찰제 시범 운영 기간이 짧을수록 제도 안착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최대한 입장차를 좁혀 도민들의 열망에 부응할 수 있는 자치경찰제 실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도민들의 분노와 불신이 표출되기 전에 말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