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시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3달 동안의 생활실험을 진행했다. 첫째 달은 특별한 노력 없이 평상시 습관대로 생활하면서, 둘째 달은 각자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인 상태에서, 셋째 달은 모두 최선을 노력을 기울인 상태에서 생활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둘째 달의 실험 결과가 취합되어 수치로 나왔을 무렵, '청주시민들이 일냈다'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뿌듯했다. 우리 시민들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둘째 달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첫째 달에 비해 11.3% 감소했다. 실험에 참여한 117가구의 시민들은 기대 이상으로 진지하고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셋째 달 실험결과에 대한 부담은 컸다. 2월은 설명절도 끼어있고 새학기를 앞두고 문구류 정리도 필요하고 게다가 이사철도 겹쳐지기 때문에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만만하지 않은 달이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셋째 달에는 첫째 달에 비해 21.5%나 감소했다. 오로지 시민들의 노력과 실천만으로 획득한 성과이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는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실험에서 제외한 음식물쓰레기와 대형 가전가구를 포함시킨다면 감량성과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2018년 기준 청주시의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1천134.8톤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 227톤, 1년 8만2천840톤을 감량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처리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200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중단조치 이후, 우리나라의 쓰레기 문제는 마치 화장실 없는 건물처럼 심각해졌다. 의성 쓰레기산이나 필리핀 쓰레기 회수 사례는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코로나19와 함께 몰려온 쓰레기 홍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방대한 구상 속에서도 자원순환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2020년의 환경부장관은 2020년을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고, 2021년의 환경부장관은 2021년을 순환경제 실현의 핵심원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피력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쓰레기 감량과 자원 순환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의 쓰레기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청주와 충북,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각종 폐기물처리시설의 신·증설을 둘러싼 갈등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끊임없다. 생활쓰레기 과다 배출지역이라는 오명도 씻기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의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전국 대비 30% 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원인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청주시는 매년 수만 톤의 쓰레기를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여 쟁송 당사자인 민간폐기물처리업체에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쓰레기제로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쓰레기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종량제봉투 가격도 인상했고, 비닐류 공공수거도 시작했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는 사이에도 지역 곳곳에서 쓰레기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인간의 생활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활방식의 변화와 사회구조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명확한 대안은 자원순환도시, 자원순환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 어떤 이들은 왜 시민들만 볶느냐고 항의한다. 옳은 소리다. 시민들은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응답할 차례다. 자원순환을 위한 법과 제도를 강화하고 생산과 유통 방식을 개선한다면 50% 감량인들 불가능한 일이겠는가? 이것이 녹색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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