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충북 자치경찰제 도입 과정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든다. 자치경찰제 운용의 포괄적 주체인 도민들은 조용한데, 제도상 피고용자가 될 경찰 공무원이 마치 '밥그릇'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자치경찰제는 올해 1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탄생하게 됐다. 중앙 정부가 관리하던 경찰 사무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게 골자다. 미국의 주·지방경찰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해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제도다.

도는 자치경찰 운영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충북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례안 담긴 '자치경찰사무 범위를 조정할 때 충북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충북경찰 구성원 일부가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자치경찰 소속 경찰 공무원에게 후생복지에 관한 사항을 지원할 수 있다'는 부분도 불만이다.

경찰 측에서는 자치경찰사무 범위를 조정할 때 충북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의 임의규정을 '들어야 한다'의 의무규정으로 경찰청 표준 조례안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의 의미조차 모르는 주장으로 보인다. 지방정부, 즉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상위 법령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법인 조례를 제·개정할 수 있다. 이는 지방 정부의 고유 권한이면서 침해할 수 없는 자치권이다. 이래라 저래라 따지는 것은 월권이나 마찬가지다. 경찰청 표준 조례안을 들고 나왔는데 과연 지방 정부와 경찰청이 대등한 위치인가도 묻고 싶다.

중앙 정부 산하 기관이 만든 자체 규정을 지방 정부에서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도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지방자치의 기능을 훼손하려는 시도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충북도에서 조례를 제정할 때 산하 기관인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내부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자치경찰 사무를 조정할 때 경찰청장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도도 궁금하다. 자치경찰사무 범위는 수혜자인 도민들에게 선택권이 있고, 그래서 자치경찰인 것이다. 이는 도민들이 뽑은 도지사가 도민 의견을 들어 대신 결정할 일이다.

경찰이 의견 제시 권한을 가지려는 이유가 유·불리를 따져 자치경찰사무에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후생복지 부분도 돈이 적다는 것인지, 지원 대상이 협소하다고 하는 것인지 본인들의 분명한 속내를 보였으면 한다. 입법예고문에 나온 경찰 사무를 보면 대부분 현재 경찰에서 하고 있는 업무다. 어차피 본인들이 경찰로 채용돼 수행해야할 업무에 자치경찰이라는 포장지 하나 덧씌웠다고 도민이나 국민의 세금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인지 분명히 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경찰의 반발을 무조건 잘못 됐다거나 탓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왕 경찰서 밖으로 나오려면 지방권력은 도민에게 있는 '자치(自治)'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부터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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