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망언다사(妄言多謝),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방역 선진국이라는 자화자찬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단시간 내에 통제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자신들이 세계 최고의 방역 선진국이라고 홍보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을 방역 선진국으로 부르지 않는다. 대만, 싱가포르 등도 그렇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권을 희생시켜 코로나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동선 파악은 물론 이를 낱낱이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몇 사례를 보자. 확진자들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 교통카드 사용여부, 곳곳에 설치된 CCTV, QR코드와 같은 전자감지 시스템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이태원 클럽 사건의 경우, 동선 파악을 위해 이 지역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모든 사람들의 통신기록까지 조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가 격리자들의 이탈을 감시하기 위한 전자팔찌 도입도 밝힌바 있다.

시민 단체들도 이런 상황은 우리사회의 인권에 대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안심밴드는 말이 안심밴드이지 확진자 감시를 위한 징벌적 성격이 있다며 '의료와는 전혀 무관한 징벌적 격리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성범죄나 중범죄자들에게 채우는 감시 장치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확진된 지역주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여과 없이 공개했다.

인권단체의 한 변호사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수록 한국의 감시체계, 강제조치, 인권침해의 결과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K-방역의 성과로 평가되는 것들이 결국 감시국가, 통제국가에 기여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의 인권변호사들도 한국의 전자감시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며 "아베 손에 쥐어진다면 끔찍하다"고도 했다. 뒤집어 말하면 그래도 일본은 한국처럼 확진자들의 개인정보를 뒤지는 방식의 방역을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방역정책이 우리보다 훨씬 '인권친화적'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세계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인권워치(Human Rights Watch)'에서 한국을 코로나 인권침해 국가로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코로나19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권을 논하는 것은 사치라는 논리다. 인권문제는 코로나 상황이 종료된 다음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런 논리는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합리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한 시각이다. 인권이 특정 상황에서만 보호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보호되지 않아도 되는 '선택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우리 사회가 인권적 중요 가치와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개인의 기본권 보호와 방역이 양자택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느 선까지 어떻게 부작용을 줄일 것이냐를 더 고민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은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인권친화적' 방향으로 방역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와 일본 등은 확진자와 주변사람들이 서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경고 시스템으로 개인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처럼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사생활 공개에 의한 사회적 비난과 그 후과를 걱정해야 한다면 그건 분명 비정상적인 경우다.

앞서 지적했듯이, 지금 우리가 스스로 방역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를 제대로 막지 못했지만 중국은 막아냈다고 자랑하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의 인권상황을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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