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가뜩이나 어려운 시국에 대형 식자재마트를 허가해 주면 영세상인들은 어떻게 살라고 하는 겁니까"

요즘 제천시 장락동에는 생활용품을 살려고 하는 소비자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인근 도로 및 주차장은 차량들로 인해 마비된 지 오래다. 한 식자재마트가 최근 개업을 하면서 블랙홀처럼 제천지역 소비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개업날 하루 벌어들인 금액이 13억원이나 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식자재마트의 개점은 한마디로 대박을 쳤다. 이에 반해 또다른 한편에서는 목청이 터져라 식자재마트 철회를 요구한다.

장인수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이날 아무런 보호장구 착용 없이 맨발로 식자재마트 앞에서 홀로 삼보일배를 하며 '식자재 물러가라'를 외쳤다. 지역의 구멍가게, 재래시장, 시내상권을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 유통계의 생태 교란자가 바로 '식자재마트'이라는 것이다.

말로만 식자재마트로 뻔지르르하게 포장했을 뿐 실제는 생활용품과 공산품 등 모든 제품을 망라하는 대형마트라고 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내놨다. 특히 대형마트가 받는 규제는 요리조리 싹 빠져 나가는 것은 물론 제천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모두 원주로 빠져 나간다며 식자재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나름 이유는 있는 것 같다.

전통시장 보호 차원에서 대형마트는 월 2회 휴일 규제를 적용받지만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보다 작은 크기로 운영해 규제를 피하고 있다.

장씨는 이날 삼보일배를 하다 탈진해 결국 119구급차에 실려갔다. 일부소상인들은 제천의 기개를 살려준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며 장인수씨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첨 시민들은 식자재마트 개점을 두고 찬·반으로 나눠진다.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좋다는 시민들과 황소개구리가 돼 소상인들을 모두 잡아 먹는다는 시민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쪽 시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10년 전 쯤 일이다. 장락동 인근에 대형마트가 개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시민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인 때가 문뜩 생각난다.

이 마트가 개점되면, 일부 소상인들이 모두 죽는다며 새벽까지 긴급회의를 갖던 상인들과 주민들. 하지만 이번 식자재마트 개점에는 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인·허가 또한 너무나도 소리없이 진행됐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제천의 경기가 암울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지난해 말 지역을 강타한 코로나는 정말 엎친데 덮친 격이다.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어려워서 힘든 게 아니라 희망이 없어서 정말 죽을 지경"이라는 말을 한다. 일부시민들은 지역경기가 살아나려면, 최소한 몇년이 지나야만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미 식자재마트의 문제는 제기됐다. 이젠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지역 정치인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민초의 마음을 헤아리고 서민들의 위한 해결책이 과연 정치인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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