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단양중 수석교사 임혜란

국어 시간에 '시' 단원을 들어가면서 시집 한 권씩 준비해서 가져오도록 했다. 아이들은 시집을 처음 사 보았거나 처음 빌려 보았다고 한다.

자기가 가져온 시집을 펼치고 '가장 짧은 시'와'가장 긴 시'를 찾아보라고 했더니, 이리저리 페이지를 넘기고 옆자리 친구와 비교하기도 하면서 즐거워한다.

우리 학생들이 짧은 시에 담겨 있는 깊고 풍부한 의미와 감정을 알고 느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지만 책과 '시'에 조금 친근해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시를 한 편 골라 노트에 그대로 적도록 한다. 눈으로 읽으며 음미할 때와는 달리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천천히 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학생들은 참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나름 X세대인데도 나의 어린 시절은 디지털 기기라고는 흑백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전부였다. 그래서 나의 지적인 만족과 감정적 유희를 위해서는 책, '문자'를 탐닉할 수밖에 없었다.

만화방 주인을 꿈꾸며 성장한 나도 요즘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책을 직접 읽기보다 리뷰 동영상을 통해 편하게 접하게 된다. 그 감동의 크기와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아이들은 말해 무엇하랴.

단양중학교 수석교사 임혜란

일상생활은 물론이거니와 학교 수업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블랜디드 수업이 진행되면서 더욱 가속화돼 디지털 수업 도구 활용 방법을 연수받거나 동영상을 보며 스스로 터득하여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곧 도래할 AI시대에 걸맞게 교육 일상도 디지털화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책을 읽으며 천천히 삶의 진리와 감동을 얻는 과정, 그리고 활자가 주는 지적 만족감을 경험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학생들도 책으로 느끼는 행복감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책으로 행복하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