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동안 보은군에서 열린 각종 축제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주민들은 매년 되풀이 되는 행사와 그저그렇고 한 이벤트들이 자신들의 머리수를 채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공무원들도 이 시기만 되면 군정업무를 제쳐둔 채 행사장 도우미 역할을 하고, 민선군수는 행사장을 누비는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군에서 열리는 행사 가운데 두세개의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지역민들끼리 모이는 집안잔치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이들 행사는 단체장, 도의원, 군의원을 비롯 내년 5월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인사들의 ‘선거 마당’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지금 많은 주민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서도 편안히 쉴 수 없는 상황인데 지역은 '먹고 마시고 노는' 행사에 빠져 들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속리축전’, ‘속리산 단풍축제’, ‘보은황토사과축제’ 등을 비롯해 주민화합을 명분으로 하는 각종 행사에 쓰여진 수억원의 혈세가 오히려 독이 되어 되돌아 오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지역민심이 위축된 마당에 지역개발에 써야할 예산이 일회성 행사비로 쓰이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축제가 혁신의 대상’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축제 같지 않은 축제’에 수천만원의 세금으로 유명가수 몇몇을 불러 풍악을 울리는 행태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라리 서울 지하철이나 대학로 주변에서 음악성을 발휘하는 거리악사들을 초빙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들이다.

이처럼 지역 축제가 외면당하는 이유는 축제 담당자가 고민없는 이벤트를 구상한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일에 미친 공무원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차기 군수선거에 나서는 후보들 가운데 축제의 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후보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내년에도 그렇고 그런 축제를 봐야하고 동원돼야 하니, 벌써부터 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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