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민상 신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우리에게 경험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경험은 직·간접적인 유형으로 구분된다. 즉, 개인에게 발생되는 직접적인 인식뿐만 아니라 타인과 같은 외부적인 요소를 통해 얻게 되는 간접적인 인식도 우리에게 경험으로 반영된다. 그러한 경험은 긍정적인 인식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또다른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어떤 유형을 막론하고 '경험'이란 의미있는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소중히 하는 것이 아닐까?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란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르시아가 1955년 제시한 개념이다. 쥐에게 사카린이 든 물을 먹이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감마선을 쏘이면 그 쥐는 먹은 물을 토하게 된다. 이후 쥐에게 사카린이 들어있는 물을 다시 주면, 그 쥐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 사카린 물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서 토했을 수도 있지만, 그 쥐는 사카린 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그 물을 마시지 않게 된다. 이는 경험을 통해서 자신에게 해로운 음식이 무엇인지를 학습하게 되는 것으로, 인간도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대처 능력을 갖게 된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특정 음식을 먹고 구토나 불쾌한 경험을 한 후 그 음식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으로 가르시아 효과는 정의된다(이동귀, 2017). 음식을 섭취하고 이후 복통,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면 우리는 '아까 먹은 음식이 이상했나?'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요인들보다 우선적으로 그 음식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다. 특히, 단 한번의 경험으로 그 음식을 혐오하며 그 기억은 장기적이며 일생동안 강렬하게 영향을 준다. 가르시아 효과는 더욱이 처음 접해 본 음식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충남도민에게 자치경찰은 처음 접해 보는 음식과 같다.

충남도는 전국 최초의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을 다양한 채널로 홍보했다. '전국 최초'라는 것은 도민에게 도정 활동에 대한 지지와 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기회였다. 관련 보도를 보면서 충남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에게도 무언가 가슴의 두근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초대 자치경찰위원장에 대한 경찰조사 기사와 '결국 사직'이라는 보도는 두근거림 이상의 심리적 복통과 메스꺼림이 유발되었다.

더욱이 금번 임명된 자치경찰위원의 구성을 보면서, 과연 지역을 위한, 지역 특성을 고려한 자치경찰제 시행의 취지에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강한 우려가 든다. 자치경찰위원회 구성과 추천은 법령에 명시된 절차에 의한다. '자치경찰사무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시·도지사'는 추천권자에게 위원으로 임명할 사람의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구성된다. 경찰위원회 위원은 시·도의회, 국가경찰위원회, 시·도 교육감,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시·도지사의 지명으로 임명된다. 판사·검사·경찰, 변호사, 교수의 직을 비롯하여 관할 지역주민 중에서 지방자치행정 또는 경찰행정 분야의 경험과 학식 등 자격도 규정되어 있다. 법률에서 요구하는 그대로의 '자격'도 중요하지만 과연 경찰위원님들의 충남 지역의 이해, 충남 경찰 그리고 충청인에 대한 이해가 고려된 것인가? 해외 자치경찰의 사례를 보면, 지역경찰 채용에서도 해당 지역에서의 거주기간을 통해 지역 이해도를 고려한다. 전국 최초의 충남 자치경찰위원회는 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가?

관련 직업의 근무 경력과 연구수행 경력은 경찰위원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에는 적합할 수 있다. 혹자들은 경찰행정을 전공한 교수로서 나에게 '당신이 위원회 못 들어가서 이런말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분명히 밝히건데, 현재 위원회에는 본인의 학식과 경험으로는 접근조차 불가하다)

조민상 신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험은 학습되는 속성이 있기에 더욱 소중하고 조심스럽다. 충남 도민에게 충남의 자치경찰은 어떤 경험과 학습이 있었을까? 아니, 충남의 전국 최초 자치경찰경찰위원회의 출범을 타 지자체와 전 국민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나아가 한국의 자치경찰과 경찰위원회에 대해 어떤 경험과 학습이 있었을까? 전공 교수로서가 아닌 충남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난 가르시아 효과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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