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잇고 자연과 상생하는 길의 설계자

박연수 속리산둘레길 이사장이
박연수 속리산둘레길 이사장이 "둘레길 통한 관광자원 연결로 지속가능한 네트워크가 구성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안성수 기자] 우리나라 5대 명산 트레킹 코스중에 하나인 속리산 둘레길. 충북 보은에서 괴산, 경북 문경, 상주를 이어 200km을 훌쩍 넘기는 이길은 사람 향기나는 힐링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마을과 마을이 잇는 둘레길의 개념은 확장하면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관광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품고 있다. 박연수 (사)속리산둘레길 이사장을 만나 속리산 둘레길이 품은 보은경제 활성화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 편집자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들어진게 바로 '길'이에요. 길 자체에 삶, 사람의 향기가 녹아있는거죠. 어린 시절 학교를 가기 위해, 애인을 만나기 위해, 농사를 짓기 위해 걸은 길. 그 길이 이어져 속리산 둘레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문경시와 상주시를 연결하는 속리산 둘레길은 200km를 훌쩍 넘는 광대한 트레킹 코스다. 큰 규모이기에 전문 관리기관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고 이는 둘레길 운영 위탁관리를 위한 '사단법인 속리산 둘레길'이 설립된 배경이 됐다.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보은 출신인 박연수 (사)속리산둘레길 이사장은 지역 공동체 회원들과 속리산 주변 길을 걷다가 속리산둘레길을 제안하게 됐다. 이에 지난 2016년 이사장으로 추대됐고 구성원들과 명품길 조성을 위해 현재까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행정에서 관리하는 건 한계가 있었고, 이 길에 대한 운영, 관리에 대해 고민하던 차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사단법인을 만들게 됐어요. 속리산 둘레길이 지속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명품길을 만들기 위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보은길 구간은 1구간 '구병산 옛길(14.2km)', 2구간 '말티재 넘는 길(13.5km)', 3구간 '달천 들녘길(18.2km)', 4구간 '금단산 신선길(8.9km)'로 구성돼 있다.

속리산 산줄기는 백두대간의 허리를 받치고, 한남금북정맥의 시작점인 천왕봉에 내리는 빗물은 금강, 남한강,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해 '삼파수'라 불리고 있다.

(사)속리산 둘레길은 현재도 활발히 활동중이다. 매달 둘째주 토요일 걷기행사를 비롯해, 월1회 산행문화개선을 위한 쓰레기 줍기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오는 여름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달빛 별빛을 만끽하는 '달빛여행축제'도 기획돼 있다.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환경운동 일환으로 플로깅 대회도 운영중이다. 플로깅(plogging)은 스웨덴어 '줍다'란 뜻인 'plocka upp'과 달리기를 뜻하는 'jogging'의 합성어로, 쓰레기를 주우며 일상적인 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가족 버스킹, 둘레길 음악회, 강사를 초빙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둘레길 인묵학 여행도 열고 있다.

지난 2019년 가을에는 '꿈길 속리, 봄길을 연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걷기행사에 1천여명이 참석해 봄 정취를 만끽했다. 참가자들은 법주분교에서 솔향공원을 지나 말티재를 넘어 장재저수지, 그리고 행궁터까지 약 8㎞구간을 걸었다. 완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역 농산물 등 경품 특별이벤트와 함께 산중 보물찾기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박 이사장은 속리산 둘레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고 잔잔한 물길 속따라 사람사는 이야기가 흐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은의 둘레길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며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고 세상의 짐을 내려놓고 휴식과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최근 박 이사장은 속리산 둘레길과 지역공동체와의 연계 방향도 모색중이다. 마을 소규모 농가와 커뮤니티를 형성해 매월 1회 이들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판매장을 열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속리산 둘레길과 연결된 옛 학교 자리에 마을 농산물 장터를 열면 좋을 듯 해요. 둘레길이 마을과 마을 잇는 역할을 넘어 마을 사람들과 방문객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죠. 대신 둘레길의 취지에 맞게 큰 행사가 아닌 마을 영농인들과 방문객들이 어우러질 만큼의 적당한 규모로 말이에요. 마을과 농로길이 이어진 속리산둘레길은 지역 농산물 및 특산품을 선전하고 판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해요."

박 이사장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둘레길의 개념을 확장해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관광자원을 연결하면 보은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 긔띔했다.

즉 길을 통해 면과 면을 이으는 관광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보은군 마을마다 있는 맛집이나 볼거리 등 특색을 살려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이를 연결하는 길을 내면 방문객들의 즐길거리가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지난 2019년 가을에 진행됐던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 모습. / (사)속리산둘레길 제공

"보은은 보은읍이 거점이에요. 속리산을 관광 중심축으로 잡고 둘레길, 먹거리맵 등으로 속리산과 보은읍에 형성된 관광 네트워크를 이은다면 관광자원이 활성화되고 보은이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방문객들의 체류시간도 더 길어질 것입니다. 둘레길은 힐링, 여가를 넘어 공간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은 멀어보일지라도 이러한 지향성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해요. 보은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도 꼭 필요하고요."

"전통,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시장 발전만 보면 안돼요.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을 모색해야 합니다. 주차장을 확장한다고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에요. 시장을 지역경제 거점으로 해 관광 커뮤니티 공간이 구성돼야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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