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재건축아파트는 대부분 일정한 자본과 기술인력 등을 갖춘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에 맡겨 재건축 정비사업의 전반적인 업무를 자문받는다.

그런데 정비사업의 실무상, 등록되지 않은 일반 PM(Project manager)업체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와 용역계약을 해 정비업체가 해야 할 업무까지 대행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충주 용산주공아파트가 바로 이같은 경우에 속한다.

용산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조합설립추진준비위원회(위원장 안재희)는 지난 2017년 12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H사를 PM업체로 선정하고 10억 원을 주기로 계약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8년 8월 등록업체인 I사를 정비업체로 추가로 선정하고 용역비 9억8천만 원을 주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PM업체인 H사와 정비업체인 I사는 설계자 및 시공회사 선정 업무와 분양에 관한 업무 등 일부 업무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추진준비위가 중복된 업무를 맡은 두 업체를 PM업체와 정비업체로 각각 선정하면서 예산을 두배로 낭비한 셈이 됐다.

재건축 관계자 C씨는 "수도권에서 재건축되는 주상복합아파트 등 큰 규모일 경우에는 PM업체와 정비업체를 모두 선정하고 있지만 충주 용산주공아파트처럼 소규모인 경우에는 등록된 정비업체 한군데만 선정하면 되지 굳이 PM업체까지 선정하면서 10억 원이나 되는 돈을 낭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는 재건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여서 사전에 접근한 업체들이 사주하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 "이처럼 낭비된 예산은,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돼 결국은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충주 용산주공아파트 PM업체로 선정된 H사의 대표는 지난해 1억1천여만 원이나 되는 임금을 체납해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임금체불사업주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추진준비위원회가 해당 업체를 PM업체로 선정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업체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충주 교현주공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희 조합장은 PM업체 선정 과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PM업체가 처음부터 조합원도 안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선정하게 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쓸데없이 신경 쓸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효현의 김재권 대표변호사는 "실제로 대부분 PM업체와 정비업체의 업무가 중복이 된다"며 "이 경우, 고발이 되면 도정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PM업체가 그정도(10억 원)의 용역비를 받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며 "PM업체를 선정하는 자체가 등록된 정비업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용역 이용시 신뢰할 만한 업체 선정이 어려운 점, 조합 임원과의 유착이 용이한 점, 별도 선정에 따른 용역비 이중 지출 문제 등을 고려해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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