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마을신문 기자들의 '세상 엿보기'
권은진 시민기자 (대전시 유성구 학하남로)

최근 대전에서는 '필(必)환경' 시대의 고민을 담은 이색적인 프로젝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시선으로 환경과 지역을 생각할 수 있는 틈새를 선물 해 준 '도시와 지구를 구하는 대전 쓰레기 展 : ABANDONED'이 그것이다. 대전 내 재개발 지역에서 쓰임을 다해 버려진 쓰레기가 예술가 만났을 때 쓰레기는 작품이 되고 이야기가 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쓰레기 전에 사용된 전시품들은 다시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고 새주인을 찾아주는 예술가의 마음도 지구를 구하는 아름다운 실천이었다. 레고 덕후 아들은 버려졌던 레고 한 박스의 새주인이 되었고, 오래된 접시의 문양에 빠진 딸은 다섯 개의 접시의 새주인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다해 버려진 쓰레기가 예술가의 수고를 통해 두 아이에겐 보물이 되었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다르게 보는 시력을 갖게 해 준 멋진 전시와 예술가와의 만남이었다.

자연스럽게 버려지는 것에 대한 관심과 시력이 생기면서 사회혁신 활동을 통해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청년네트워크 혁신청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삽니다 in 자양동, 대동'이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 삽니다 in 자양동, 대동'은 혁신청에서 운영하는 제로플라스틱 카페, 자양분이 진행하는 자원순환 프로젝트다.

재활용되기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은 일상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 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 매립 혹은 바다로 흘러가 해양쓰레기가 된다.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중에 재활용되기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PP, PS, HDPE,LDPE)을 모아서 자양분에 가져가면 자양동과 대동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으로 교환해준다. 교환된 코인으로는 카페 자양분 주변의 지정된 지역상권 7곳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아진 작은 플라스틱은 재:작소 프레셔스 플라스틱 기술(폐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을 통해 자원순환실험에 사용된다. 작은 플라스틱 교환 코인도 재:작소를 통해 업사이클링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혁신청의 김영진 대표는 재:작소가 있었기 때문에 '플라스틱 삽니다'와 같은 유의미한 실험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모아진 작은 플라스틱들은 자원순환실험을 통해 재탄생되고 플라스틱을 팔고 받은 코인으로는 지역의 상권들에서 쓰게 되면서 지역내 관계망 형성 뿐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함께 상상하는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작은 실천들이 이어지는 구조다.

"기후위기 시대에 시민들이 결심하고 일상의 전환을 시도할 때 시민들이 체감하는 방식으로 촉진하는 것이 필요해요. 생각을 전환하고 자원순환을 직접 실천하며, 그 실천이 배신당하지 않고 일상의 변화를 만드는 경험을 사가길 바래요." (혁신청 대표 김영진)

프로젝트 담당자인 청년 활동가의 에피소드가 정겹다.

"한 할머니가 작은 플라스틱을 아주 열심히 모으시고 팔러 오세요. 처음엔 살 수 없는 플라스틱을 가져오셔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박사가 되셨어요. 할머니는 모은 코인을 가지고 이웃들과 파티를 계획하고 계세요. 이런 작은 변화와 이야기로 이 활동의 가치와 보람을 많이 느껴요" (혁신청 활동가 김미진)

해당 프로젝트는 3월 29일부터 6월 9일까지 100일간 진행되며, 일상의 변화를 실천하고픈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고 한다.

필자는 마을 공동체 활동을 하는 청소년 마을 미디어 기자단과 함께 100일간의 경험의 반이라도 사기 위해 플라스틱을 모으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과정에 숨겨진 값진 경험을 사는 것을 목표로 말이다. 일상 속 작은 실천들이 만들어 낼 변화와 이야기들이 필(必)환경시대, 지구를 지키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라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필환경(必環境)이란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 뜻하는 친환경(親環境)을 넘어 '반드시(必)' 환경을 지키기 위한 소비를 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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