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사성어에 '노마식도(老馬識途)'라는 말이 있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 한나라 때 장수가 전쟁에 나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늙은 말이 길을 아는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능숙해서 옳게 판단을 내린다는 뜻이다.

'노인 한 분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이것은 아프리카 격언이다. 한 분의 노인에게 평생 쌓이는 경륜과 지혜의 양은 가히 지혜의 보물창고에 비견될 만하다는 뜻이다.

미국 코넬대 칼 필레머 교수가 쓴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라는 책은, 2006년부터 5년에 걸쳐 1천여 노인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온 노인들은 모두가 살아있는 역사요, 지혜의 보고(寶庫)다. 이 프로젝트에 응해 준 1천여 노인들은, 8만 년의 삶, 5만 년의 직장생활, 3만 년의 결혼생활을 통해 얻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30가지 지혜'를 선물한다.

어르신들의 나직하면서도 생생한 육성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될 고난이나 선택의 기로에서 더 나은 길을 택하도록 지표가 돼 준다. 또한 더 나은 선택이 의외로 소소하고 단순한 데 있음을 나직이 속삭인다. 잘 맞는 짝과 살아가는 법, 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 남은 인생을 헤아리는 법…. 그리고 잘 사는 것과 삶에서 우선시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할머니 드라이버'.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6·25전쟁의 불더미에서 태어나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70대 '우선자' 할머니의 자서전이다. 전쟁과 가난, 가정을 떠난 남편, 먼저 하늘나라로 가거나 외면하는 자식들, 노년에 남의 아이들을 노란봉고차로 등하교시키는 얘기 등 결코 개인사라고만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누에가 실을 자아내듯 토해냈다.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이 나라를, 식민지와 전쟁의 잿더미에서 되찾고 다시 세운 주역들이다. 그들의 전 생애가 대한민국의 역사요, 한 분 한 분의 삶들이 대하드라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날로 노인인구가 늘고 있다. 노인들이 많아질수록 가치는 떨어지고, 귀한 대접을 받기는커녕 짐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그 어르신들은 힘없고 올드하기만 한 존재들일까.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에서는 이러한 뜻을 되새기며 경로당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그 분들이 꿈결같이 살아온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담아낸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 속에 오롯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꿈처럼 펼쳐지게 되지 않을까, 두근거려진다.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꿈결 같은 내 인생'. 이름부터 정해놓고 꿈꾸며 설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