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46억년 전 지구가 탄생했고, 400만년 전 인간종이 출현했다. 사람 중에서도 1만 년 안쪽에 살았던 농경민들이 자연을 개조하기 시작했고, 고작 300년 안쪽에 살았던 산업혁명의 용감한 후예들이 지구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켜 버렸다. 수십만 년 동안 300을 넘지 않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2015년 400을 초과하였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 가량 증가했고, 21세기 내에 3.2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3도 상승 시 생물의 절반이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확실히 지구는 거주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인류는 70년대 초부터 성장의 한계를 예측했다. 1972년 유엔인간환경회의 선언문에 환경 보호가 모든 국가의 의무라는 것을 명시하였다.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는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의제21 추진을 결의하고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일부 국가라도 탄소저감을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2008년 부터였고, 2013년 예정이었던 신기후체제 출범은 유보되었다. 2015년 가까스로 파리협정이 체결되었지만, 온도 상숭폭을 2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은 요원한 목표가 되고 말았다. 온실가스 감축의 객관적 원칙과 기준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상황의 엄중함을 경고하려는 듯 기후재난도 우후죽순 폭발되었다. 2018년 우리나라는 40도 안팎의 폭염에 시달렸다. 같은 해 북미와 유럽은 50도에 육박했고, 남반구는 영하 50도의 혹한으로 치달았다. 계절이 바뀌면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2019년 9월 폭염과 강풍, 가뭄을 동반한 호주산불은 6개월간 지속되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였고, 6월 말 시베리아는 38도에 이르는 이상고온 현상을 겪었다. 그 여파로 인해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50일 넘게 장마와 홍수에 시달렸다. 심각한 점은 우리가 겪고 있는 기상이변 현상들이 앞으로 다가올 기후재난의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그레타툰베리는 금요일의 학교파업을 시작했고, 기후위기 비상선언과 비상행동이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기후변화 현황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들도 쏟아졌다. IPCC는 지구온난화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점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UENP의 배출량간극보고서는 203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 발생량을 7.6%씩 감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런 절박함이 확산되어 국가들이 기후목표를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2050 탄소중립 선언이 촉발되었고, 글로벌 그린뉴딜의 핵심과제로 자리 잡았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4월 22일은 51번째 맞는 지구의 날이다. 불행인 것은 감염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경제 성장과 문명의 발달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녹색전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먼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후위기는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인류의 위기일 뿐이다. 지구는 멸종의 주체이지 대상이 아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아니다. 지구 시스템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면 제척시켜 버린다. 지구의 동반자로 돌아갈 것인지, 제척 대상으로 전락할 것인지 선택은 인류의 몫이다. 그리고 선택의 기간이 길게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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