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음수현

비대면이 일상인 요즘, 같이 사는 가족을 제외하고 사람 얼굴을 온전히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제는 거울에 비친 마스크를 쓴 내 얼굴도 익숙하다. 혹여라도 하는 마음에 친정 식구도, 친구들도 메시지나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언제부터인지 친구는 안부 말미에 '건강하자'를 꼭 붙인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문구가 찡한 건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 19의 4차 대유행 우려 속에 이제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 시대임을 자각한다. 바이러스는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로 방역하고 백신으로 예방하고 치료하면서 다뤄야 하는 일상이다. 그래서 근래에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말이 생겼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새 틀이 필요하고 고민은 깊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문턱이라고 불리는 공공도서관도 방역으로 문턱을 올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 형태의 운영과 뉴노멀을 준비한다. 도서관이 다양한 계층과 연령 제한 없이 또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낮은 문턱으로 불렸다면 지금의 상황은 감염병 취약계층인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에게 조심스러운 단계다.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정보취약계층과 아웃리치 서비스의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백 명이 모여 작가에게 몰입되는 강연도, 무대 위 공연자의 열정으로 가득한 현장도 사라지고, 각양각색의 의견이 도출되던 독서모임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많은 행사들이 비대면의 세상으로 옮겨졌고 다행스럽게도 안착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새로운 화상회의, 라이브 방송을 익히고 배우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모든 강좌들이 안착되었다. 참여하는 이용자도 사는 읍면동에 제약 없이 원하는 강의를 골라서 들으신다. 그 모습도 각양각색이라서 운전중인데 참여해도 되냐고 묻는 분도 계셨다. 출판사나 서점도 책소개나 작가 소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편집자나 직원이 직접 영상을 제작하니 그들의 고군분투기를 보는듯하다. 이렇듯 코로나 19로 뒤덮인 세상에서 우리는 스스로 바꾸고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위기는 기회다' 취업을 준비할 때 보았던 문구가 떠오른다. 언택트지만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해법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 소용돌이 안에서도 봄은 온다. 도서관 입구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이 해마다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이만큼 간절한 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코로나 극복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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