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최근 TV에서 '로스쿨'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유능한 법조인 출신 교수가 자신의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폭탄을 던지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간다. 이른바 소크라틱 메쏘드 혹은 소크라틱 대화법이다. 기원전 5세기에 소크라테스는 이런 대화방식으로 제자들을 양성하였기에 그렇게 명명되었다. 그러기에 긴박한 문답법 수업을 멋지게 이끌어가는 그 교수는 극중에서 양크라테스라 불린다.

실제로 많은 로스쿨에서 이런 압박 대화방식으로 판례나 법령에 관한 지식의 정확도를 확인하며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공부량을 압박한다. 변호사시험이 수험생의 판례나 법리에 관한 암기 내용을 단시간에 풀어내는 능력 테스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필자도 그와 같은 교수법을 통해 변호사가 된 터라 가끔 교수의 질문에 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꿈을 꿀 정도이니 소크라테스가 반가운 이름만은 아니다.

2016년 5월 미국의 한 로펌에서 리걸테크 기업이 만든 AI 변호사 'ROSS'를 채용하였다고 하여 화재가 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18년에는 한국에도 AI 변호사인 '유렉스'가 모 로펌에 입사하였다고 한다. 그런 AI변호사들은 그동안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길게는 며칠씩 걸려서 검색하고 분석해왔던 관련 판례나 법조항을 수 초 내에 분석해내는 괴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AI는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승부를 겨루는 바둑에서조차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경우의 수가 바둑에 미치지 않는 판례 검색이나 법령 분석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다만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기업에 돈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는 30년 후 AI에 대체될 위험성이 큰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를 꼽았다. 같은 해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도 '20년 후 영국 법률시장 일자리의 39%가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20년, 30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전통적인(!) 변호사의 업무 중 상당부분은 AI에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19의 창궐로 비대면 접촉은 더욱 권장되고, 인터넷 기반의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우리의 전통적 방식의 삶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코로나를 극복한 이후에도 여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을 분석하여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예견한 '세계미래보고서 2021'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변호사들은 플랫폼 노동자를 거쳐 AI에 종속된 기술자로 변신할 것이라고까지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대자본이 운영하는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 등장했고, 벌써 많은 변호사들이 여기에 가입하여 플랫폼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광고하면서 플랫폼 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런 변화가 오랫동안 엘리트들의 철옹성이었던 법조계 몰락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은 수천년 혹은 수만년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채집이나 수렵하면서 유랑하던 인류에게 정착생활을 선물한 혁명적 산업이었다. 그런 농업의 모습도 기술 진보로 역사 이래 계속 그 모습을 바꿔왔다. 당연히 법조인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계의 정확성과 결을 달리하는 고차원적 역량을 가져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동차 면허시험을 볼 때 사람이 두발로 달리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 차를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법률관련 정보 검색과 분석에서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유능한 AI가 있는 마당에 변호사의 지식의 양과 속도가 변호사 선발의 주요 기준이 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제 법조인 양성을 위한 소크라틱 메쏘드같은 무지막지한 양성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변호사

이제 변호사는 AI 변호사의 효과적 이용법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할 때다. 변호사에게 요구되어지는 판례와 법리 지식은 AI가 내놓은 정보의 질을 평가하고 정보를 조합하고 융합하는 능력으로 대체되어야 하지 않을까. AI 변호사가 줄여준 시간으로 의뢰인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변호사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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