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서 - Ⅰ. 동·서양 건축의 조화 '청주 내덕동주교좌성당'
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서 - Ⅰ. 동·서양 건축의 조화 '청주 내덕동주교좌성당'
  • 이지효 기자
  • 승인 2021.04.28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리놀전교회 건축 이념 영향… 종탑, 중앙 아닌 측면에 위치
십자형 평면·중국풍 지붕 특징… 파디신부·박태봉씨 공사 주도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주교좌 성당의 외관. 라틴 십자형 평면과 중국풍 형태의 지붕이 절충돼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명년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주교좌 성당의 외관. 라틴 십자형 평면과 중국풍 형태의 지붕이 절충돼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명년
김형래 충북도 문화재위원
김형래 충북도 문화재위원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담고 있는 건축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고 기능이 쇠퇴되는 등 지역민들의 기억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중부매일은 1900년에서 1970년 사이에 지어진 충북의 근대건축물을 중심으로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미래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10곳을 찾아 지역에서의 역할, 그와 관련된 스토리를 발굴해 보도할 계획이다. 첫번째 장소로 천주교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 성당을 김형래 충청북도 문화재 위원(전 강동대 건축과 교수)의 도움으로 소개한다. / 편집자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천주교 청주교구 주교좌 성당. 이 성당은 주교좌 성당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건축됐다.

1960년 8월 착공해 1961년 11월에 완공됐고, 1962년 3월 주교좌 성당으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 성당건축사의 특징은 서양 전교단체의 선교이념이 건축형식을 결정하는 요인이 됐다.

내덕동 주교좌 성당 내부 모습 /김명년
내덕동 주교좌 성당 내부 모습 /김명년
성당 내부 바닥. /이지효
성당 내부 바닥. /이지효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관할 성당은 고딕양식을, 독일 성 베네딕토 수도회는 로마네스크양식, 아일랜드 성 골룸바노 외방전교회는 영국식 고딕양식을 따랐고,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이하 메리놀회)는 특정한 양식을 선택하는 대신 절충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내덕동 주교좌 성당은 특정한 건축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진취적인 동·서양이 절충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메리놀회에서 건축했기 때문이다.

전주의 전동성당 등 유럽의 영향을 받은 성당들은 보수적이고 엄격한 성격으로 종탑이 건물 중앙에 위치하는 반면 내덕동 주교좌 성당은 미국 메리놀전교회의 영향으로 종탑이 측면에 위치하고 있는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김형래 위원은 "이곳은 하늘에서 내려다 봤을때 라틴 십자형 평면을 띄고 있으며 우리나라 버선코 모양의 지붕이 아닌 중국풍 형태의 지붕, 메리놀회 본부의 종탑을 따르는 측면 배치, 자유로운 공간 구성과 융통성 있는 공간 사용이 메리놀회가 건축한 성당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덕동 주교좌 성당의 구조는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형태로, 바닥은 2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성당 입구에는 시멘트를 깔았고 신자들이 앉는 자리는 마루 바닥으로 만들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주교좌 성당이 라틴 크로스 형태를 보이고 있다. /김명년
하늘에서 바라본 주교좌 성당이 라틴 크로스 형태를 보이고 있다. /김명년

이곳의 건축적 특징은 라틴 십자형 평면도에서 신자석(nave+aisle)은 6칸(bay) 바실리카 양식인데 제단 뒤 앱스(apse) 위치와 좌우 트랜셉(십자형에서 가로에 해당하는 부분)에 모두 별도 입구를 내고 제단과 각각 구획한 후 필요에 따라 독립된 '소성당(소예배당)'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은 "지금은 구분하는 문이 없지만 실제로 1960년대 어려운 시절 추운 겨울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큰 본당 대신 소예배당으로 미사를 볼때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성은 라틴 십자형 평면이지만 좌우대칭을 고수하지 않고 자유로운 공간구성과 융통성 있는 공간사용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을 주교좌 성당으로 생각해 지었기 때문에 종탑에 가로띠를 대고 3분할한 후 상단에 사각형 개구부를 내고 안쪽에 장식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면에서는 나르텍스(교회건축에서 정면 입구와 네이브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현관 홀) 합각면을 본체 합각면보다 좁고 낮게 돌출시켜 첨두 아치 출입문 3개를 나란히 놓고, 정면의 중앙 상부가 아닌 정면 모서리에 종탑을 배치한 점이다.

내덕동 주교좌 성당 종탑의 모습 /김명년
내덕동 주교좌 성당 종탑의 모습 /김명년

이곳은 건물 자체보다 건축에 관여한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서양 선교단체의 선교 이념이 근대 한국 성당건축의 형식을 주도한 것은 전교회 소속의 선교사가 설계자나 공사감독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처음 청주교구에 임명된 파디신부는 1962년 3월부터 1969년 6월까지 청주교구장으로 활동했다.

파디 주교의 뒤에는 박태봉이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박태봉은 전문 건축가로서 1954년 파디 주교가 옥천성당의 공사감독으로 파견했고, 1956년 신축된 진천성당의 계획과 공사를, 1961년 신축된 오송성당의 설계와 공사를, 1963년 신축된 청주 서운동성당을 지을 때도 설계도를 그리고 공사를 감독했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내덕동 주교좌 성당은 역대 교구장인 파디 야고보 주교를 시작으로 2대 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주교가 거쳐갔으며 현재는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가 청주교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대 교구장을 역임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지난 27일 향년 만 89세의 나이로 선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의 두번째 추기경이 28년동안 머물렀던 내덕동 주교좌 성당은 더욱 의미 있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