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서양의 어느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내게 4월은 특별하다. 생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음력으로 3.2.이지만, 양력으로 는 4.1.이다. 그런 4월은 진정한 봄이 시작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꽃이란 꽃은 다 피어나고, 연둣빛 잎새로 세상이 환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태어난 것이 부럽다며 축하하는 친구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육신의 부모를 통해 이 땅에 보내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 키워주신 부모·형제, 은사, 친구 선·후배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올 4월에는 특별히 후배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기독교에서는 부활절 전 40일을 사순절(四旬節)이라 하여 그리스도의 사랑과 고난을 묵상하며 경건하게 지낸다. 나도 빠짐없이 새벽예배에 참석하며 묵상과 성경 필사를 통해 경건하게 보내려 했다. 그런데 새벽예배 시간에 기도가 잘되지 않았다. 예배에 참석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런 어느 날 다른 교회 장로인 후배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를 위해 중보기도(仲保祈禱)하고 있는데, 혹시 특별한 기도 제목이 있느냐는 거였다. 너무도 반갑고 고마웠다.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는 분인데,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그 말이 나를 울렸다. 감사와 함께, 요즘 기도가 잘되지 않으니 기도의 영(靈)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함께 점심을 나누며 은혜와 덕을 나눴다.

그 무렵 비슷한 은혜를 끼친 사람은 가구점을 운영하는 고교 10년 후배다. 어느 날 삶은 달걀을 먹다가 내 생각이 나서 연락한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교회에서는 부활절에 새 생명을 뜻하는 달걀 나누는 전통이 있다. 부활절이 가까워서인지 달걀을 보니 내 생각이 나서 연락한다는 거였다. 너무도 반갑고 고마웠다. 특별히 덕을 끼친 것도 없고, 거의 1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는데, 나를 기억하고 연락을 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바로 전화해서 다른 후배들에게도 연락하라고 부탁해, 며칠 후 넷이서 점심을 나무면서 우정을 쌓았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동문 행사 등 각가지 모임을 통해 만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었다. 달걀을 먹다가 나를 기억하고 연락 준 그 후배 덕분에 좋은 후배들과 은혜와 덕을 나눌 수 있어서 고마웠다.

지난주 충주에 사는 초·중학교 후배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기가 직접 만든 쿠션 두 개를 보냈으니, 마음에 들기 바란다는 거였다. 그는 한국화가로서 광목을 재료로 한 패브릭 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기가 직접 광목에 그림을 그려서 쿠션을 만들어 보냈다. 정말 감사했다. 예전에 그와 관련된 조그만 법적 분쟁이 있어서 도와준 일이 있었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그를 비롯한 띠동갑 후배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큰 사랑을 받고 보니,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베푼 게 없는데 이런 사랑을 받다니, 그 쿠션을 사용하면서 고마움을 오래 간직할 것이다.

며칠 전에는 배재대 교수로 있는 고교·대학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 조카 친구가 변호사 도움을 청하니, 상담해 보고 도움을 주라는 거였다. 대전에서 자주 방송에 출연하고 가끔 청주의 방송에도 출연하는 유명인사다. 예전에는 가끔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은 SNS를 통해서 안부를 확인하는 처지다. 그가 소개해준 청년을 만나 상담을 해주었다. 내가 보기에는 변호사 조력 없어도 크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 같고 비용도 문제 되니, 혼자 감당해도 되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런데도 굳이 도움을 청해서, 응해서 돕게 되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후배 덕분에 변호사로서 쓰임 받아 한 사람을 돕게 되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나는 베푼 게 없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 여러 후배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은 2021년 4월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이런 사랑 나누며 살리라 다짐하며 내다보는 거실 창밖은, 온통 초록세상(草綠世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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