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초과밀화·초집중화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광역경제권 구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이를 위한 밑그림으로 지역별 광역생활경제권의 윤곽을 살펴볼 수 있다. 대전을 중심으로 세종과 청주를 잇는 충청권을 비롯해,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등을 묶는 철도망이 골자다. 하지만 메가시티를 향한 이같은 계획은 여기서 소외된 지역에 심각한 박탈감을 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소외지역들은 더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권역별로 광역지자체를 뛰어넘는 대규모 경제권을 구축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수도권에 맞서기 위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정서적 공감대 등이 형성돼 있는 지역들을 하나로 묶어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4차 철도망 계획에서 드러났듯이 비수도권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수도권에 대한 투자도 함께 진행된다. 이런 식으로는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현 정부의 정책들도 같은 수준이다. 수도권 규제 없이 자치분권에 힘을 싣는데 그치고 있다. 그것도 시늉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러는 사이에도 비수도권의 몰락은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가장 쉬운 자료인 인구 유출·입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충청권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전의 유출은 심각한 수준으로 세종뿐 아니라 서울·경기로 가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충북과 충남도 지속적인 수도권 전출이라는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에는 대도시권으로의 이동이 대부분인 만큼 충북 북부와 충남 서부 등 광역권 소외지역의 위기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지방소멸이 머지않은 앞날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지만 현실은 더 막막하다. 해결을 위한 뾰족한 수는 물론 당장 인구유출을 늦출 수 있는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광역생활경제권으로 비수도권이 재편된다면 이들 지역은 이중삼중의 압박을 받게 된다. 오래된 숙제지만 스스로 살아날 길을 찾아야 한다. 얼마전 충주, 제천, 단양 등 충북 북부 3개 시·군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전략을 고민했다. 행복도시권 광역도시계획(세종중심 대도시권 계획)에서 이들이 제외된 것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어떤 계획도 중심축에서 멀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행복도시권도 다르지 않다. 하물며 지리적 문제로 아예 빠진 시·군은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다. 이들이 생존의 길로 가려면 먼저 몸집을 키워야 한다. 충북을 넘어 강원남부, 경북북부까지 같은 처지의 지자체들과 함께해야 한다. 이어 함께 할 협력사업을 찾고 이를 이끌 공동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중앙정부에 큰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살 길을 열어달라고.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철도망 사례처럼 존재감이 뒷받침돼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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