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장애인이 생산한 생산품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각급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장애인 뿐 아니라 여성 기업이나, 중소기업에도 적용되어 일부나마 판로를 지원해준다. 이는 국가적 노력이고,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평소 생활용품이나 명절선물로 장애인생산품을 구매해주는 정도지만 이럴 때마다 살짝 고민이 든다.

고민은 장애인이 만든 종이컵을 사용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면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 플라스틱을 세척해서 분리수거를 해야 하지만 세척하는 동안 세제와 물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가 하는 것, 탄소 배출하지 말자면서 공기청정기를 트는 아이러니함 같은 시시콜콜한 것이다. 별거 아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름 심각하다. 강의를 통해 먹고 살면서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중요한 직업윤리로 생각하기에 말할 때나 행동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곤 한다. 고백하자면, 너무 어려운 일이라 시시콜콜하고 귀찮은 일을 귀찮지 않은 척하는 것도 있다.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설립된 직업재활시설에서 만든 종이컵을 사용해서 매출이 올라야 장애인 소득이 증가한다. 장애인생산품이 친환경적이고 환경오염을 덜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장애인이 직접 생산에 참여해야 하는 제조과정이나 시장성 등을 판단했을 때 그 또한 쉽지 않은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고민은 든다. 고민이 시시콜콜하니 결론은 어렵지 않다. 어떤 선택이 더 공익적인가에 대해 답할 수 있으면 된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것이 환경에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선택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재의 선택은 반드시 미래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의 삶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준을 마련한다. 이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UN이 제시한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발전을 말한다. 초기엔 환경적 측면에서 주로 논의되었으나, 최근에는 사회적 측면의 불평등 해소와 꾸준한 경제발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편리하게 했지만 소중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자원이 고갈되는 현실을 가져다 주었다. 사회적으로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성장과 개발 안에서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발전이 필요하다. 시시콜콜한 행위들이 미래 세대를 위한 작은 공헌이 될 수 있다면 불편하고 귀찮은 것은 감수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태도,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 잘살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을 인식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고민이 다 그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실천하면 된다. UN과 국제사회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서 17가지 주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는 우리가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삶을 살아가 수 있는 방향을 말한다. 빈곤 종식, 건강과 복지, 양질의 교육, 성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 좋은 일자리와 경제성장,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이를 위한 포용적인 제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 이렇게 말해놓고 오늘 아침도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면서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버리고 만다. 시시콜콜하다고 넘긴 내 행동의 책임을 내 아이가 지게 될 것이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텀블러를 꺼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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