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와 충북경찰청간의 갈등을 불렀던 자치경찰 조례안이 충북도의회를 혼란속에 빠뜨렸다. 지난 임시회에서 처리된 수정조례안의 충북도 재의 요구에 대해 도의회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의결을 위한 임시회를 비롯해 수정안에 대한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재의결 여부에 따라 의회 스스로 수일만에 자기결정을 부정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통과된 수정안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이번 임시회를 거부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례안 발의전부터 이어진 논란의 핵심은 자치경찰의 후생복지 비용이다.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겨서는 안된다는게 충북도의 입장인데 도의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도에서 재의를 요구한 것인데 문제는 이 과정 어디에서도 '정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설명과 독단적인 결정, 회의운영을 둘러싼 갈등 등 대화와 협상은 애초부터 없었다. 상임위에서도, 본회의에서도 격론과 주장이 넘쳐났지만 이를 풀려는 움직임은 없고 안팎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들뿐이었다.

찬반양론이 비등하고 논란이 벌어지면 이에 대한 조정과 봉합이 필요하다. 그런 일들을 공개적으로 다루고 이해관계를 맞추는 일이 정치이며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곳이 의회인 것이다. 조례의 법률적 모순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주장한 도에서 재의를 통해 도의회에 부담을 떠넘긴 것은 잘못이다. 그런 사정과 집행상 문제가 될 것을 알고도 도민의 어려움을 막겠다며 수정안을 통과시킨 의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사안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지만 도의회의 '정치실종'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갈등 방치와 책임 회피라는 그동안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치력 발휘해야 한다. 대화와 조율, 협상과 타협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을 풀어가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다.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만 하는 의회의 모습을 더이상 보여줘서는 안된다. 더구나 의회 입지와 직결된 자치관련 사안을 스스로 풀어가지 못하는 그런 의정(議政)이라면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지도력을 발휘못한 의장단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이는 도의원 개개인 모두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집행부 조례안에 문제가 있어 수정한다면 도민들도 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의회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지난해 도의회에서 벌어졌던 충북자치연수원 제천이전 논란도 그냥 덮고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미봉책이 아닐 수 없다. 갈등과 분란의 지금 도의회 모습은 이런 일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성숙한 내부논의 과정을 가져야 의회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위원 추천에서부터 꼬인 이번 도의회의 자치경찰 논란은 그래서 더 부끄럽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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