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지난해부터 뜻하지 않게 접하는 언표(言表)가 있다. '명령(命令)'이다. 크게 두 가지 뜻을 가진다. 윗사람이나 상위 조직이 아랫사람이나 하위 조직에 무엇을 하게 함과 공법적 의무를 부과해 사실상 국민의 자유를 제한다는 처분이다. 첫째 명령은 준수하지 않으면 법적인 책임이 따르지 않지만, 둘째 명령은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행정기관이 법률의 형식에 따라 제정하는 성문법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명령을 '행정명령'이라 한다. 행정부나 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행정 목적을 위해 직권으로 내리는 모든 명령이라는 얘기다.

요즘 이런 명령들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자는 '음성'이라도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해야 하는 명령, 유흥주점 등에 운영 시 방역수칙 철저 준수 명령, 명령 미준수 시 벌금 부과 및 집합 금지 명령,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 한 가구에 한 사람 이상 코로나검사 명령(포항시),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검사 명령, 음식점 등 출입 시 연락처 기재 명령 등 예전에 없던 명령이 발동과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시내버스, 전철 등 대중 교통기관을, 엘리베이터를 타도 '마스크 착용 명령' 표식을 볼 수 있다. 마스크 미착용자는 승차 거부가 가능하다는 엄포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듯하다. 야외, 아니 한라산 정상이라도 2m 사회적 거리가 지켜지지 않으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관련 명령 벽보가 전국 곳곳의 건물 내.외부를 도배하고 있을 정도다. 마치 과거 자치단체 선거 때 도로 위를 가로지르고 벽에 붙은 현수막 천지를 보는 듯하다. 명령의 융단폭격이다.

분명 명령은 국민이 권리이자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지만,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국민 자유에 대한 제약을 수반한다.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 만남이 이산가족 재회보다 더 어렵다. 물론 역사상 초유이고 더 큰 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자유 제약, 침해라고까지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국민은 그 자유 제약과 생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사회의 복잡화와 디지털화에 따라 인간과 인간은 물론 인간과 사회, 자연 관계를 조작하고 조절하려면, 특히 질병이나 자연재난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명령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국가가 통제의 수단으로 남용하거나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회는 법률제정이나 행정부에 대한 국정감사 등으로 명령을 통제한다. 하지만 믿지 못한 곳이 국회이고 보면 국회가 하루가 멀다하고 탄생하는 명령을 통제하기에 역부족이고 무능력하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자칫 코로나19로 인한 명령 발동이 부지불식간에 국민에게 내재화되고 국가 역시 명령 발동을 일상화하면 우리의 자유는 온전히 확보될 수 있겠는가? 자칫 억압을 잉태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에 함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