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옥천여중 수석교사 박행화

휴일인 스승의 날을 조용하게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풍경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자치부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손글씨로 쓴 상장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교사 뿐 아니라 실무사, 행정실, 급식소, 교직원 모두에게 상장을 수여한 것이다. 이쯤 되면, 자치부가 선사한 유쾌한 상장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학교 시간표를 담당하고 계시는 실무사님에게 수여된 '꼼지락상'은 '좋은 손재주로 재빠른 꼼지락을 통해 시간표를 입력하고 변경함으로써 정확한 일과 진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이상을 수여함'으로, 교내방송을 해주시는 실무사에게 수여된 '아나운서상'은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교내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주셔서 이 상장을 수여함'으로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

교사들이 받은 상장도 다양했다. '츤데레상'은 '딸레들에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으로는 딸레들을 생각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따뜻한 마음에 반해'로 수여했고, '금단 현상'은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날 것 같은 존재인 선생님께'로, '트리플A상'은 '트리플A다운 실력으로 훌륭하게 가르쳤기에 사랑하는 마음으로'라는 문구로 수여됐다.

또한 '왕이 될상'은 '역사를 자상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고 재미있는 말씀으로 기쁨을 주시어 옥천여중의 왕이 될 상'으로, '선생님은 들고 다니시지 신상'은 '평소에 항상 신상 수학학습지를 들고 오시기에'의 의미로, '엄마 밥상'은 '엄마와 같은 따뜻하고 다정한 손길로 보듬어 주시기에'의 의미로 수여됐다.

행정실장에게 '샤방샤방 롤모델상'이, 시설관리주무관에게 '뚝딱뚝딱 기계왕상'이, 행정주무관에게 '살림꾼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백상여우주연상'을 수여했다.

옥천여중 수석교사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박행화

우린 세심한 관찰력과 재치있는 표현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문장마다 고심한 흔적과 애정이 담긴 표현에 흐뭇한 하루를 보냈다. 교사의 권위 추락과 학교 위기가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우리에겐 사랑하는 제자가 있고, 우리를 기억해주고 아껴주는 제자가 있다.

교권 추락과 학교 위기는 굿바이라는 생각으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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