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흥미롭지만 마음을 언짢게 하는 조사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일과 삶의 변화라는 조사결과다. 소상공인 1천6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11월, 12월 두 달간에 걸쳐 조사한 것으로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소매업 등 도소매 업종 50.3%, 음식점 및 주점업과 숙박업 등 숙박, 음식점 업종 33.1%, 기타 개인 서비스업종 16.6%가 조사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71.3%의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일과 삶의 균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으며, 이로 인해 '만성피로, 피곤함, 우울감이 늘고'(78.5%), '일의 질이 저하되었으며'(74.1%), '일이 대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37.2%)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월평균 매출액도 25.9% 감소했고, 영업이익 또한 35.6% 감소했다고 한다. 당연히 사업장을 찾는 손님수도 줄고, 종업원 수와 종업원의 임금도 감소했다. 특히 사업 전환이나 휴업 또는 폐업을 고려한다는 소상공인이 코로나 이전(4.9%)에 비해 코로나 이후(15.4%)에는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충북에 국한된 조사가 아니지만 충북의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조사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고난의 시기는 계속될 텐데 다른 뾰족한 대안은 없을까.

정부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해 '희망리턴패키지'라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담당기관이다.

막창집을 창업했다가 전 사업주가 약속을 어기고 인근에 같은 메뉴로 사업장을 열어 오랜 분쟁 끝에 결국 폐업한 한 젊은 사장은 이 사업에 포함된 재기교육을 받고 치기공사로 창업이 아닌 취업의 길로 전환했다고 한다.

희망리턴패키지는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의 폐업지원과 폐업이후 재창업이나 업종전환을 도와주는 컨설팅과 재기교육을 지원해주고, 취업을 원할 경우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계해서 취업할 수 있도록 재기교육과 취업처를 알선하고 있다.

또한 폐업단계에서는 사업정리 컨설팅, 점포철거비 지원(최대 200만원), 건물주와 생길 수 있는 법적 분쟁이나 세무관련 문제 등 법률자문 심화상담 서비스까지 마련되어 있다. 모든 컨설팅은 무료로 진행된다고 하니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충북에는 청주, 충주, 제천, 음성, 옥천 등 다섯 곳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설치되어 컨설턴트를 파견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충북도에서 시행하는 '취업 희망 소상공인 직업전환 교육훈련 지원사업'이다. 제조업 기반의 충북은 11개 시군 전지역에소재한 제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장촉진지역으로 지정된 단양, 괴산, 보은, 옥천, 영동은 인구가 적은 한계가 있고, 음성, 진천 등은 제조업장에서 채용하려고하는 인원보다 인구수가 적어 불가피 인근 지역의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구인배율이란 용어가 있다. 구인배율은 일자리수를 취업희망자수로 나눈 것인데 1보다 작으면 일자리 개수가 적다는 의미고 1보다 크면 취업하려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기준 진천군의 구인배율은 2.85이고, 음성군은 3.13이다. 이 수치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물론 일자리의 대부분이 생산직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는 무수히 많은 것이 충북의 현실이란 얘기다.

이런 배경에서 소상공인 직업전환 교육훈련 지원사업이 만들어졌다. 희망리턴패키지와 연계하여 폐업을 원하는 소상공인 중에서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직업전환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직업을 위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며, 교육을 받는 동안 생계비를 지원하고, 취업에 성공할 경우 취업장려금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수의 기관이 협업하여 운영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신청접수는 시군과 충북도의 담당부서에서, 전직 컨설팅은 경영자총협회에서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재기교육은 대한산업인력개발원에서, 직업훈련은 공동훈련센터와 직업훈련기관이 담당한다. 취업알선은 충북일자리지원센터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충청북도는 소상공인지원을 위해 지난 5월 18일 '충북도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에 직접적 타격을 일차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소상공인들. 그들의 위기다. 그들의 위기는 곧 연쇄적으로 우리 사회의 위기로 닥쳐오고 있다. 슬기롭게 이런 상황을 넘어야겠다.

정부의 정책과 지방정부에서 고심한 지원사업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업전환이나 사업을 접고 임금근로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재기(再起)'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작은 계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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