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보단 건강한 식물이 자라는 수목원 만들고파"
2천957종 204만본 식물 관리에 4개 실 '온힘'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4계절 내내 피어있는 붓꽃을 형상화한 건물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4계절 내내 피어있는 붓꽃을 형상화한 건물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이 개관 200여일만에 입장객 50만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자연친화적 힐링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국립세종수목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을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실장급 4명을 만나 운영과정과 에피소드,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 편집자
 

국립세종수목원을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사진 왼쪽부터) 김현철 식물양묘실장, 원창오 전시원관리실장, 김혜윤 교육서비스실장, 박원순 전시기획운영실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국립세종수목원을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사진 왼쪽부터) 김현철 식물양묘실장, 원창오 전시원관리실장, 김혜윤 교육서비스실장, 박원순 전시기획운영실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국립세종수목원은 축구장 90개 면적에 달하는 65㏊에 2천957종 204만본 식물이 식재돼있다. 이에 대해 관리·증식·전시·교육을 각 담당하는 4개의 실이 있다.

온대중부권역에서 수집된 산림생물자원을 20개의 전시원에 심고 수목원 내 식물을 증식·생산하는 식물양묘실, 국내 최대 규모의 4계절 전시온실과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솔찬루 등 20개의 주제별 전시원을 관리·운영하는 전시원관리실, 시즌별 전시를 선보이는 전시기획운영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서비스실 등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수목원을 완성해가고 있다.

 

한해 30만본 증식 '엄마' 역할 양묘실

국립세종수목원 양묘장. 한해 생산(증식)하는 규모는 30만본 내외다.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국립세종수목원 양묘장. 한해 생산(증식)하는 규모는 30만본 내외다.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양묘실은 아이를 키우듯이 식물을 키워내는 목원에서 '엄마' 같은 존재에요. 산에서 수집해온 개체 하나를 100개, 1만개로 증식해주는 역할이거든요. 증식이 잘되는 기술도 개발하고 조직배양을 통해 증식도 하고…. 더운 온실에서 일하다 보면 땀이 많이 나지만 애지중지 기른 식물이 전시원에 식재돼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걸 보면 기뻐요."(김현철 식물양묘실장)

식물양묘실에서 한해 생산(증식)하는 규모는 30만본 내외. 직원 12명이서 실내 1천평(3천300㎡)·실외 3천평의 양묘장에서 매일 물을 주고 병해충 관리를 한다. 다양한 수종별로 특성을 꿰뚫고 있는 건 필수다. 가장 까다로운 식물로는 양치식물, 난과 식물을 꼽았다.

전시원관리실은 20개 전시원 유지·관리를 위해 제초, 시비, 관수, 전정, 병해충관리는 물론 식물정보DB 관리, 식물생활사 조사 등을 맡고 있다.

국립세종수목원 20개 주제 전시원 중 하나인 '솔찬루'. /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20개 주제 전시원 중 하나인 '솔찬루'. / 국립세종수목원

"친환경적으로 하려고 해요. 나무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정(가지치기)과 거름주기 라고 생각해요. 가지치기로 인해 병충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 전문가가 해야 해요. 진달래, 개나리, 철쭉은 가을에 전정하면 이듬해에 꽃이 안 피어요. 꽃이 지자마자 해야 하죠."(원창오 전시원관리실장)

 

예상못한 호응 그리고 보람

국립세종수목원의 특수학교 대상 수어영상 교육프로그램.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국립세종수목원의 특수학교 대상 수어영상 교육프로그램.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체험키트 900개가 10초만에 마감됐다. 올 봄, 시각 및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영상콘텐츠와 점자교구재(체험키트)를 무료로 제공했는데 예상못한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이다. 이 비대면 교육프로그램을 접한 특수학교 학생들은 이후 수목원에 찾아와 현장학습을 이어갔다.

"코로나시대에 특히 장애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이 어려우니까 온라인콘텐츠를 기획했는데 뜨거운 반응이 나와 감동했어요. 대전맹학교 교감선생님께 자문을 구해 수어영상을 넣은 게 완성도를 높였죠.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이 5천명인데 이번에 1/5밖에 보급을 못해서 2~3년 내 다 제공되도록 목표를 세웠어요."(김혜윤 교육서비스실장)

올해 봄꽃 기획전 '이상한 꽃나라의 엘리스' 모습.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올해 봄꽃 기획전 '이상한 꽃나라의 엘리스' 모습.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봄꽃전시 '엘리스의 이상한 꽃나라'는 해외에서 극찬을 받았다.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라는 세계적 수목원의 온실 관리자한테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온 거예요. 엘리스 전 전시사진을 봤는데 너무 멋지고 놀라웠다고."(박원순 전시기획운영실장)

 

고라니와의 전쟁(?)

고라니에게 수목원은 잘 차려진 밥상이나 다름없다. 금강과 전월산 사이에 위치해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은 고라니의 잦은 방문에 골치를 앓아야 했다. 기피제를 뿌리고 초음파발생기도 뒀지만 소용이 없었다.

"작년 9월 야생화원에 국화 5천주를 정성껏 심었어요. 색깔도 다양했는데 다음날 보니 빨간색 국화가 없는 거예요. 고라니가 쑥대밭을 만들어놓은 거죠."(김현철)

급기야 지난 2~3월, 고라니가 나타났다 하면 전 직원 100여명이 나와 드론으로 고라니동선을 파악하면서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고라니몰이를 했다. 전쟁의 결과는 성공. 20여 마리였던 고라니는 이제 2~3마리만 온단다.

 

교사출신·해외파 등 탄탄한 경력

김혜윤 국립세종수목원 교육서비스실장. / 김미정
김혜윤 국립세종수목원 교육서비스실장. / 김미정

김혜윤(45·여) 교육실장은 대전에서 14년간 교편을 잡았던 과학교사였다. 공교육에 대한 회의감에 교사직을 그만뒀고 2014년 국립생태원에 입사해 쌓은 경력으로 지난해 세종수목원에 합류했다.

"자연에서 배우는 게 진정한 교육이죠. 저는 식물전문가는 아니에요. 그래서 수목원에서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관련한 종합예술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김혜윤)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 김미정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 김미정

박원순(49) 전시기획실장은 해외파다. 서울대 원예학과 졸업후 '사이언스북스' 출판사에서 식물책과 과학책 편집·기획을 했었다. 이후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에서 5년간 식물 연구·수집·재배·교육 등 현장감을 익혔고 미국으로 건너가 델라웨어대에서 대중원예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에버랜드에서 6년간 꽃축제를 지휘했다. 저서로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역서로 '식물: 대백과사전'이 있다.

"식물은 '종합예술'이에요. 식물이 단순히 볼거리만 주는 것이 아니라 아트도 되고 놀이도 되고 교육도 되는, 식물이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박원순)

원창오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관리실장. / 김미정
원창오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관리실장. / 김미정

원창오(51) 전시원관리실장은 식물원·수목원 경력이 21년이다. 그런 그에게도 식물은 '미지의 세계'다. 알면 알수록 배울 게 많단다. 앞으로 정년까지 10년, 식물조성기법이나 관리노하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하고 싶단다.

"후배양성이 필요합니다. 퇴직 후에 각 식물 속별ㆍ그룹별 관리법을 담은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하거나 유튜브채널을 운영하고 싶어요."(원창오)

김현철 국립세종수목원 식물양묘실장. / 김미정
김현철 국립세종수목원 식물양묘실장. / 김미정

김현철(44) 식물양묘실장은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0년, 한국수목원관리원에서 3년간 근무한 박사연구원이다.

 

앞으로 계획

국립세종수목원을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사진 왼쪽부터) 김혜윤 교육서비스실장, 김현철 식물양묘실장, 원창오 전시원관리실장, 박원순 전시기획운영실장. / 김미정
국립세종수목원을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사진 왼쪽부터) 김혜윤 교육서비스실장, 김현철 식물양묘실장, 원창오 전시원관리실장, 박원순 전시기획운영실장이 4계절온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미정

전시기획운영실은 올해 봄·여름·가을·겨울 기획전시 4회를 진행한다. 오는 6월 13일부터 여름기획전 '지금 여기, 우린 여름'을 선보인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협업 전시인 'Art-SEM 사진전'도 준비중이고, 찾아가는 전시인 '안녕, 나의 반려식물'전을 낙동강 생물자원관, 국립중앙과학관 등 4곳에서 가질 예정이다. 세종예술고와 함께하는 음악회도 진행형이다.

식물양묘실은 올해 민·관에서 출원·등록한 신품종과 정원식물 후보군을 한 곳에 전시해 현장실증하는 테스트베드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시원관리실은 식물안내표찰 100% 달성, 어린이정원·유아숲체험원 보완을 중점추진한다.

국립세종수목원 교육프로그램 진행 모습.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국립세종수목원 교육프로그램 진행 모습. / 국립세종수목원 제공

"지역농가에 위탁재배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지역상생사업이 있는데 지난해 14농가에서 올해 33농가가 참여합니다. 사회취약계층이나 고령자, 청년들이 수목원에 필요한 수목을 키우고 현장 기술지도도 받아 지역상생사업이 안착되면 좋겠어요."(김현철)

"초창기라 나무들이 어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울창해질 거예요. '이 수목원에 오면 식물이 참 행복해 보인다'는 얘길 듣고 싶어요. 화려한 꽃보다는 건강한 식물들이 가득한 수목원을 만들고 싶습니다."(원창오)

이들은 꿈꾼다. 그리고 만들어간다. 언젠가 세계적 수목원이 돼있을 국립세종수목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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