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괴산군농업기술센터가 과수화상병 발생에 대비해 신속·정확한 현장 대응을 위해 '과수화상병 방제 가상훈련'을 실시했다./괴산군 제공

국내 상륙 6년만에 경기 남부와 충북 북부지역에 토착화되다시피 한 과수화상병의 올해 기세도 만만치않다. 예년보다 확진사례가 빨리 드러나는 양상인데 방제를 위한 사전예찰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충북의 경우 지난해보다 피해규모는 줄어들어 그나마 방역성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발생 현황만 보면 빠른 발견이 화상병 확산을 더디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년보다 고온다습한 날씨 등으로 발생지역이 더 넓어지는 등 여건은 좋지 않다. 급한 불은 껐지만 곳곳에 잔불이 깔린 상황인 셈이다.

충북의 발생 현황을 보면 지난달까지 99건에 34.7㏊가 피해를 입었다. 충주가 7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제천과 음성이 각각 13건이다. 지난해에 이어 진천에서도 1건이 확인됐고 올해 처음 단양에서도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 184건, 104.8㏊의 54% 수준이다. 첫 발생 확인이 1달 가까이 빨랐던 것을 감안하면 번지는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겨울철 궤양증상 확인에 확산 정도와 피해 규모가 달려있는 꼴이다. 치료도 예방도 안되니 당장 보다 빠르고 확실한 진단에 목을 매는 것은 어쩔수 없다.

나무 자체가 고사해 과수에 가장 치명적인 세균병인 과수화상병은 봄철 나무에 남아있던 세균이 표면에 점액형태로 스며나온다. 따라서 궤양부분 등 점액이 나오기 전에 확인할 수 있다면 사전예찰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더 빨리 알아낸다면 확산 가능성을 최대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육안 확인보다는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체계적인 진단방법이 있다면 더 나은 상황으로 갈 수 있다. 관계기관에서도 여기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수십년간 발생에 속수무책이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주변 생육환경이 과수화상병 발생을 부채질해 확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겨울철부터 높은 기온속에 비가 이어지는 등 올들어 유난스러운 고온다습한 날씨를 말하는 것이다. 화상병이 빠르게 번질 수 있는 조건이어서 전국적으로 예찰을 확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당국에서 지난 4월29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한 병해충 위기경보단계를 얼마전 경계로 올린 것도 이때문이다. 6월 첫주는 지난해 등 예년의 경우 화상병 발생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다. 올해 발생의 최대위기이자 분수령에 이른 것이다.

사전예찰을 통한 과수화상병 억제는 지난해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 확산속도로 확인할 수 있다. 사전예찰로 충북 발생의 40%에 선제적 대응이 이뤄진 점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미 주변으로 확산된 뒤 발생을 확인했던 예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기후변화로 앞으로 매년 이런 날씨가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잠복해 있는 화상병 세균을 찾아내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급한 불을 끈 것에 머물지말고 이를 보다 강화·확대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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