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지어진 현존 유일 충북선 급수탑… 1967년 디젤 기관차 등장에 '역사속으로'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1928년 조치원과 충주를 잇는 충북선 개통시 건립된 충주시 봉방동에 위치한 급수탑. 이 급수탑은 석탄으로 물을 끓일 때 발생하는 증기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로, 충북선에 남아있는 유일한 급수탑이다. 이 급수탑은 1967년 디젤기관차로 바뀔 때까지 40여년 동안 사람들과 화물을 안전하게 이동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충주역 급수탑은 높이 14.7m(지상 11.5m 지하 3.2m), 직경 4.06m의 분리식 원통 콘크리트 탑으로 지어졌다.

상수도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급수탑은 철도 이동의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시설이었다. 급수탑의 역할은 10m이상 높이에 물을 올려 낙차(수압)의 힘으로 기차에 물을 대는 방법이다.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충주의 철도청(한국철도공사) 퇴직자 모임인 철우회(회장 이기영)에 따르면 충주에 남아있는 급수탑 아래에는 우물이 있었고 이 물을 펌프로 올려 물탱크에 저장했다가 기차에 급수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우물이 있던 자리는 메워졌고 상단부에 물탱크와 탑 중간에 급수를 하던 파이프가 남아있다.

충북선은 조치원→청주→증평→음성→충주를 잇는 구간이었다.

1973년부터 25년 동안 충주역장으로 근무했던 이기영(84) 철우회 회장은 "당시에는 청주, 증평, 음성, 충주에 모두 급수탑이 있었다"며 "급수를 하면 한 구간 정도 밖에 갈 수 없는 거리였기 때문에 큰 역에는 급수탑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1956년 4월 11일 충주에서 목행까지 구간이 개통됐고 1958년 5월 11일 충주에서 봉양(제천)까지 구간이 개통되면서 충북선이 완성됐다.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이 회장은 "한번 급수하는데 10분 정도 소요됐다"며 "증기 기관차에서 디젤 기관차로 바뀌면서 급수 시간이 필요 없으니 그만큼 속도도 빨라지고 운반량도 늘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의 말대로 청주, 증평, 음성, 충주에 있었던 충북선 급수탑 중 충주 급수탑만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충주역 급수탑이 있는 봉방동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가득 쌓인 고물상이었다.

이에 철우회 회원들과 충주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급수탑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현존하는 급수탑은 22개로 확인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철도역 급수탑 20건 중 현재 9건이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한국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재돼 있다.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급수탑은 논산 연산역 급수탑(호남선·등록문화재 제48호), 함평 구 학다리역 급수탑(호남선·등록문화재 제63호), 밀양 삼랑진역 급수탑(경부선·경전선·등록문화재 제51호), 영동 추풍령역 급수탑(경부선·등록문화재 제47호), 연천역 급수탑(경원선·등록문화재 제45호), 영천역 급수탑(중앙선·등록문화재 제50호), 안동역 급수탑(중앙선·등록문화재 제49호), 삼척 도계역 급수탑(영동선·등록문화재 제46호), 원주역 급수탑(중앙선·등록문화재 제138호)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김진용 철우회 상무는 충주시청 문화예술과를 찾아 충주역 급수탑이 남아있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시작했고 근대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했다.

이에 충주시는 2016년 6월부터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고 철도 교통과 관련한 근대 산업시설의 상징적인 가치를 높이고자 옛 충북선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급수탑 일대를 공원화 하기 시작했다. 기차역인 것을 감안해 급수탑 주변을 철길 형태로 산책로를 조성했다.

김 상무는 "그 결과 2016년 11월 22일 충주 급수탑을 포함한 봉방동 일대를 공원화 해 시민들이 급수탑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가치에 대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충주시에서도 충주역 급수탑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2017년 문화재청에 신청했지만 기존에 등재된 것과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옛 충주역 급수탑 전경 /김명년

김 상무는 "필요없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과거 선배님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존해 후손들에게 남겨주는 것은 후배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 빨리 문화재청에서 충주역 급수탑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80년 충주역사가 급수탑이 위치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충원대로 539으로 이전하면서 급수탑만 남게 됐다. 이전된 충주역 자리는 충주교통주식회사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 글 이지효·사진 김명년

 

급수탑 양식

급수탑은 대개 수직 구조물로서 상·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수압을 얻기 위해 상부에 물탱크를 설치하고 하단에 받침대나 기계실을 두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급수탑은 목조, 석조,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지어졌는데 현존하는 목조 급수탑은 없다. 석조 급수탑은 언뜻 보면 첨성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석조 급수탑중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논산 연산역 급수탑은 1911년 12월에 건립돼 현존하는 급수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역은 콘크리트 급수탑으로 석조 급수탑의 구성과 형태를 비슷하게 따르고 있다. 출입문 가장자리를 둘러싼 아치형 돌출부와 사방 벽면에 규칙적으로 뚫은 개구부 등이 매우 유사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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