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용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나라가 지쳐가고 있다. 끝날것만 같던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 등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바로 차상위계층 이하의 취약계층일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2017년 1인가구 기준 최저식품비는 23만 6천원인데 반해, 저소득층이 사용가능한 식품비는 19만 5천원으로 나타났다. 약 4만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서 소득 1/4분위 취약계층의 식품불안정율은 약 10%에 달하고 영양부족자분율도 20%가 넘어 식생활 보장이 위험수준에 있고,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식생활 관련 질병의 유병율도 높아 식생활, 영양지원 프로그램의 보강이 절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작년 4개 지자체에 이어, 올해 9개의 지자체를 선정하여 "농식품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경제적으로 취약계층의 보충적 영양지원을 위하여 신선하고 고품질의 먹거리를 공급하고 농,축산물의 소비촉진과 농가경제 활성화를 통해 농식품 산업기반을 확장하는데 그 목적으로 두고 있다.

미국의 '보충적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처럼 취약계층의 필수 영양분 섭취를 돕기 위해 도입됐다. 바우처 지원대상은 소득수준이 전체 국민 소득의 중간인 '중위소득' 대비 50%이하인 이들이다.

올해 기준으로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243만원 정도 수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19년 기준으로 대상자 수가 288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좋은 제도가 올해 고작 9개 지자체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사업 첫 해인 지난해에는 세종시를 비롯한 4곳에서 2만 8000명을 지원했고, 올해는 9개 지자체 4만 200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취약계층 288만명으로 계산해보면 지원받고 있는 대상이 전체의 고작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산적한 과제도 아직 많다. 올해 바우처 지급예산은 고작 164억원인데 국가와 지자체가 절반씩 분담하고 있어 국가에서 교부한 예산에 맞추어 대상자를 선정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비농업계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이루어내야 하는 것도 큰 숙제다. 보건복지부의 생계급여 등 다른 부처 복지사업과의 중복성 지적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은 인간 생존의 첫번째 필수 요소다. 그런데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2위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적잖은 사람이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박용현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미국은 SNAP 프로그램으로 인구의 약 10%가 수혜를 받고 있는데 2019년 기준 매월 120~130달러를 지급하고 있으며, 새로 취임한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매월 지급액을 15% 일시 상향한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식품 바우처 제도는 취약계층-농식품산업-사회전체를 연결시키는 win-win 정책이며, 사회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 식품정책인 만큼 하루빨리 제도의 확대시행이 시급해 보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