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시장질서 유지하는 관리행위" 판단

청주지방법원 전경
청주지방법원 전경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5일장 노점장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상인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상인회 회원과 비회원 사이 갈등으로 확산된 이 사건은 '정당한 질서유지'와 '부당한 업무방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2년 동안 재판이 이어졌다.

충북 충주시 풍물시장 상인회장 A(46)씨는 비회원인 B(37·여)씨가 5일장이 설 때마다 상인회 관리구역 내 일정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매월 회비를 내는 상인회 정회원만 고정된 자리에서 영업할 수 있고, 비회원은 상인회가 정해주는 공석자리(비고정·자릿세 1일 1만원)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회칙을 어긴 탓이다.

A씨는 2018년 9월 20일부터 2018년 10월 15일 사이 총 5회에 걸쳐 B씨의 자리에 상인회 소유 좌판대를 가져다 놓는 방법 등으로 노점영업을 방해했다. 이에 B씨는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면서 맞대응했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B씨의 행위(비회원의 장사자리 점유)가 반사회성을 띤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으로 판단했다. 또 "A씨의 방해행위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거나 중대한 권리침해의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결국 A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으며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청주지법 제1-1형사부(이하 재판부)는 지난 2일 이 사건과 관련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B씨가 다른 상인들의 장사권리를 침해했다고 해석했다. 현 상인회가 20여년 동안 풍물시장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고, 가입한 상인만 147명에 달한다는 점이 B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현우 부장판사는 "고정적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존재하지 않는 B씨가 회칙을 어기고 한 자리를 9개월 동안 점유했다"고 지적한 후 "상인회는 관리행위의 일환으로 이 사건 자리를 선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회칙을 살펴볼 때 A씨는 B씨의 장사자리가 상인회에 귀속돼 있는 상태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며 "(업무방해 행위는) B씨와의 갈등상태에서 상인회 관리업무를 한 것이다"고 판시했다.

상인회 회칙상 정회원이 배정된 자리를 매매한 경우 그를 제명한 후 그 자리는 상인회 사무실로 귀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지난 2017년 정회원이던 C씨에게 200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자리를 산 후 5일장이 설 때마다 점유해 왔다. A씨는 B씨에게 회칙 등을 근거로 '해당 자리를 사용하지 말라'고 통지했다. B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상인회 소유 점포를 해당 자리에 가져다 놓는 등 방해행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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