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지난달 특허청은 미국의 한 인공지능(AI)개발자가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 출원에 대해 수정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특허법과 관련 판례는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앞서 유럽과 미국 및 영국 특허청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 사례는 현재 AI가 인간처럼 특허법상 발명자가 될 수는 없지만 인정해야 할 시점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지금까지 사람이 인공지능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AI가 스스로 발전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슈퍼컴퓨터로 100년 걸릴 연산이 양자컴퓨터 시대에선 100초면 가능할 수 있다. AI의 고도화와 이를 촉매로 한 혁신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임베디드 운영체제 시장을 선도하는 '윈드리버'가 미국?중국 경영진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기술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상 기업 45%는 실시간 데이터에 잘 대응하고자 데이터 기반의 AI 등 디지털 기술 투자를 늘렸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통신업체와 e-커머스 플랫폼 기업은 통신사 네트워크 및 빅데이터, AI 기술을 토대로 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투자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한 제약회사는 미국 바이오기업과 함께 빅데이터 플랫폼이나 AI를 통해 최적의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연구개발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 비결로 AI 기술 확보, 양질의 데이터 그리고 이들의 유기적 융합이 꼽힌다. 지난 5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충청북도가 개소식을 열었던 AI 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을 위한 솔루션 개발 '실증랩'이 주목받는 이유다.

본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의 대표 과제인 인공지능 융합 프로젝트(AI+X) 중 하나로, AI를 생산 공정 등에 활용하여 지역산업 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로써 참여기업들의 설비관리 효율화, 제품 품질 제고, 제조 비용 절감으로 생산성을 3% 이상 높여서 매출 증대?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4개 수요기업은 사업 참여를 계기로 기술 도입을 위한 데이터 구축, 자동화 및 지능화 솔루션 개발에 2023년까지 총 1,748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본 사업비 130억 원을 마중물로 해서 13배에 이르는 기업 투자를 이끌어낸 성과를 거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산업의 활력 또는 역동성을 보여주는 구조변화지수가 2010년대에 들어와 1970년대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인적자본 확충 및 무형자산 투자 확대, 융합 관련 규제 완화, IT 인프라 구축을 통해 물적 투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코로나19 등 급속한 경제환경 변화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쟁력 약화는 지역 주력산업이 침체하고 신성장산업 발전이 지체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데서 기인한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제조 및 서비스업의 생산 및 수요, 라이프스타일, 지역산업 패러다임 등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시급히 요구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이번 '실증랩' 개소는 충북의 지역특화산업에 AI를 장착하고 지역혁신 모델을 찾아가는 출발점이면서 비수도권 지역맞춤형 산업기반 조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역별 신성장산업 육성의 전초기지로서 국가균형발전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