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 대표에 30대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정치에 입문한지 10여년밖에 안된, 국회의원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신인급 정치인이 당의 수장이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기까지 본인의 역할 못지않게 대한민국 정치판에 분 변화의 바람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우리나라 정치 역정속에서 이처럼 분명하게 변화의 바람이 새겨진 적은 없었다. 한때 거세다가도 부지불식간에 사그라지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 바람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이번 대표선출을 보면 과거의 이력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기존의 잣대대신 가야할 방향이 선택의 기준이 됐다. 이같은 상황을 이른바 '이준석 현상'이라고 부르며 주목하는 까닭은 어쩌다 한번 일어난, 특정 정치세력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회성의 단편적인 사안이 아닌 것은 이를 지켜보는 국민과 정치권의 반응이 말해준다. 이전의 시각으로는 파격적일 수 밖에 없음에도 모두들 곧바로 수긍하고 수용한다. 여당내 기류도 심상치않다. 위기감과 함께 우려가 쏟아진다. 시대의 흐름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준석 현상'의 바람은 변화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인, 정치권이 국민의 바닥 정서를 담아내지도, 풀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던 달라져야 한다는,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디어 변화를 불렀다. 정치를 외면하고 무시하던 회피성 거부에서 벗어나 직접 변화에 동참하는 전향적 반발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특정 정당의 당 대표 선출 하나뿐이어서 아직 제대로 된 첫걸음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이제 시작으로 봐야 한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선거때만되면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분출됐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기득권이라는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이전의 정치체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불씨를 피우지 못했다. 집권당이 바뀌고, 인물이 교체돼도 정치는 늘 거기서 거기였다. 이제 그 정치를 바꿀 기회가 온 셈이다. 수십년간 '4류'였음에도 여전히 그 수준인 정치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부는, 광범위 하지만 아직은 그 기세가 미약한 변화의 바람을 키워야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그 현장이 돼야 한다.

내년은 대선과 지선이 이어져 선거를 통한 정치 변화를 기대할 만하다. 이 중에서도 지방선거는 변화의 바람이 제대로 불 수 있어 더욱 주목된다. 국정을 이끌어 갈 대통령을 뽑는 일은 준비도, 과정도 지난하다. 단 하나의 자리를 향한 다툼에서 변화의 바람이 어느정도 힘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반면 지방선거는 도전의 장이며 새로움을 평가하기에도 적합하다. 다양한 수요에 맞춰 선택의 폭이 넓다. 게다가 지금부터다. 변화의 바람이 더 커져 계속 불기를 바란다면 이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바람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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