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송민형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백신접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완전종식의 희망이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일평균 600여명의 확진자 발생 소식은 어느덧 우리에게 내성이 생긴 것처럼 일상화되어서 귓가를 스쳐가고 있다. 물론 작년과 비교한다면 현실대응은 훨씬 진일보하였다. 다만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대심리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그 부정적인 영향은 마치 권투선수가 내뻗는 카운터 펀치처럼 훨씬 더 아프게 느껴진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스트레스 정도는 가히 공포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도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었다. 거기에 코로나 블루로 대표되는 스트레스의 가중은 그 심각함이 '엎친 데 덮친 격',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리는 격' 등의 표현으로 설명하기에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코로나19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서 우리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세계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어남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보다 더 심각했다. 한국은 불안증세를 보이거나 불안증에 걸린 비율이 29.5%였고,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우울증에 걸린 비율은 36.8%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보고서는 알려주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고난 후 '뭔가 과장된 내용이야!'라는 생각보다 '왠지 그럴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단순 몰입'이다. 단순 몰입의 안티-스트레스 활동은 우리들이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타인 또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의식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게 도와주고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캠핑장에서 장작불 피어놓고 바라보는 '불멍', 문학작품 필사, 퍼즐 맞추기 등 단순 몰입 경험을 주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또 다른 방법 하나를 추천하고 싶다. 바로 농촌일손돕기이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지금 올해도 농가의 노동력 문제는 여전히 위기의 연속인 상태이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지자체 등의 노력들도 노동자들의 집단 확진 소식에 기운을 잃고 있다. 농가에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인건비를 더 늘려서 사람을 구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싶지 않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결국 수확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여기저기서 발생할까 심히 염려된다. 농작물 수확을 돕는 것은 나름 요령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 누구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송민형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송민형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그리고 농작물 수확은 뭔가를 따고 캐는 행위에서 오는 재미가 다른 영농활동의 그것보다 크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작업이 안 쓰던 근육의 통증을 불러오지만 잠깐 사이에 고민과 잡념을 의식하지 않는 내 자신을 느낄 수 있고 머릿속이 깨끗하게 청소되는 기분좋은 느낌을 받게 된다. 평소에 익숙하고 편리한 방법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그 만족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 이번 주말에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유익한 단순몰입형 취미인 '농촌일손돕기'를 한번 경험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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