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작년 장마는 54일간이나 계속되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6월 24일에 시작하여 8월 16일까지 계속돼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작년 장마와 호우로 인한 재산피해가 1조원을 넘겼고, 인명 피해 또한 평년의 3배에 이르는 46명이나 되었다. 장기간의 장마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가 얼마나 클 것인지는 짐작도 되지 않는다. 9호 태풍 '마이삭'이 상륙했을 때는 약 30만 호에 달하는 가구가 정전의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농작물 수확기에 내린 호우와 휘몰아친 태풍은 수많은 농민을 눈물짓게 했고 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유난히도 많이 발생하여 우리를 괴롭혔다. 지난 장마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지도 못한 곳이 아직도 30% 이상 남았다.

기상청은 이제 곧 올 장마가 시작될 거라고 예보한다. 지각 장마다. 7월에 시작되는 장마로는 39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봄부터 마치 아열대 지방의 스콜처럼 비가 내렸고 우박을 뿌리기도 했다. 예보로는 이번 장마는 지역과 시기에 따라 강우량도 변동이 심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는 한반도 여름철 장마의 특징이다. 기상청은 세계에서 몇 대 안되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날씨를 예보한다. 기상청은 여름철 위험기상에 대비하기 위하여 항공기와 선박, 심지어는 기상관측 차량을 이용해 대규모의 입체적인 집중관측을 6월 21일부터 9월 28일까지 100일 동안 수행한다고 밝혔다. 예측하기 어려운 여름철 날씨를 예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0년 이후 충청권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는 피해액을 기준으로 호우와 태풍이 85%를 차지할 정도로 여름철에 집중됐다. 이는 재해 예방과 피해 복구를 위해 자연재해 관련 예산 대부분을 여름철 재해에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지역에서 집중호우 피해를 막으려면 빗물이 고이지 않고 쉽게 배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하수관로 정비가 필수다. 제대로 정비되었는가 살펴볼 일이다.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이 잠재된 곳의 방지대책은 마련되었는지, 집중호우가 내릴 때 지켜야 할 안전행동요령은 제대로 전달되어 시민은 숙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신속한 점검이 필요하다. 예방이 첫째다.

아마도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비를 피할만한 곳으로 사람들을 자연스레 모이게 만들 것이고 이는 코로나 감염 예방의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밀집, 밀접, 밀폐가 동시에 형성되는 최악의 조건을 발생시킬 수 있다. 보건 당국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 수립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예측하기 어려운 여름철 날씨가 점점 혹독해지고 있다. 더 강하게 더 크게 집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기상 현상을 기상이변이라 부르며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기후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자며 머리를 맞대며 논의했고 각국이 자국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가올 장마가 걱정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피해를 최소화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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