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성진 교육부장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 논쟁이 또 다시 촉발됐다. 이번에는 교육감 선거 가능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추자는 것이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의원 14명은 최근 '청소년 참정권 확대 3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법·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가 바로 교육감 선거권 연령 하향이다. 사전투표와 본투표·개표 참관 가능 연령 하한선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추자는 내용도 있다. 미성년자도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교육정책 수혜자인 학생들이 당연히 교육감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 때부터 민주적 절차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면서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청소년부터 정치 참여를 통해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절차를 경험한 것이 발판이 됐다고 부연한다.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 주장은 진보 교육계에서 줄곧 제기돼왔다. 진보 색채가 짙은 교육감들과 진보 성향 교육단체에서 주로 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정책의 주체이면서 당사자인 학생들이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선거과정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 스스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해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교육감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과 달리 보수 성향 교육단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실이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학생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 정책 수립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전국 유·초·중·고 교원 1천7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원 83.8%가 교육감 선거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데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긍정 응답은 14.5%에 그쳤다. 반대를 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 정책'(42.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학교 및 교실의 정치장화 우려'(30.7%), '여타 선거와 동일한 연령(18세)이 바람직'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감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압도적이었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공론화 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는 분명 시대적 요구사항이다. 교육감을 뽑는데 청소년이 배제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다만 국민적 합의가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청소년 참정권 확대도 무리다. 섣부른 판단은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교육부장

교육감 선거가 고작 11개월 남았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놓고 정당 간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 정쟁으로도 삼지 말아야 한다. 말 그대로 청소년 참정권 확대이지, 정치인의 유·불리 확대의 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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