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선희 청주시 문의면 주민복지팀장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 대학시절 정치학개론 노트를 발견했다. 첫 장에 '정치란 모든 사물이 제 자리에서 제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 순간 '리더'라는 단어가 오버랩되며, 구성원의 역할과 함께 내 정체성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필자는 지난 1월 팀원을 가진 팀장이 되었다. 80년생 에코붐 세대로 소위 꼰대 세대와 90년대생 사이에 낀, 어리지도 연륜이 많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팀장자리에 앉고 보니, 어색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펼쳐졌다. 당면 업무를 파고들어 무엇인가를 해내야 할 것 같은데, 마음만 분주한 날의 연속이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언젠가 비슷한 처지의 동료팀장이 했던 "팀장 매뉴얼은 없나?"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매뉴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자기계발서와 선배 공무원들의 다양한 조언이 떠올렸다. "이제는 그냥 알아서 하게 놔둬라", "방향만 잘 제시해줘라", "조직의 허리역할을 해야 한다", "what보다는 why에 집중해라" 등등 머리가 혼란스럽다.

다 맞는 말인데, 그냥 알아서하게 놔둬서는 조직의 허리 역할은커녕 방향도 제시해 줄 수가 없지 않겠는가? 결론은 모든 일들을 장악하고 운용할 수 있어야 하며,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며, 당장 주어진 것보다는 무엇을 할지 알아채고 알아내는 것, 팀의 업무가 제대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치하는 것, 그것이 팀장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머리가 띵하고 심장이 따끔거렸다. 사실 생각했고 예상했던 내용인데, 내 상황에 딱 맞는 말을 찾은 순간이었다. 흡사 10대에 읽었던 삼국지와 40대에 읽었던 그것이 다른 내용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마음을 정리하고 앞을 바라보니 새로운 길이 보이고 희망이 생겼다. 사실 필자와 같은 처지의 팀장들은 실무의 노련함과 체력의 혈기가 남아있는 테스트 파일럿이다. 조직의 열쇠인 것이다. 어떤 수필에서 '노인의 노련함과 젊은이의 열정이 합쳐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했는데 필자의 집단이 거기에 가장 가까운 세대인 것이고 그래서 조직의 허리라고 하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홍선희 청주시 문의면 주민복지팀장
홍선희 청주시 문의면 주민복지팀장

다양한 성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얽혀 역할을 해나가는 복잡한 조직에서 업무매뉴얼도 아닌 위치나 위상에 관한 공통 매뉴얼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번쯤 자신의 위치나 자아에 대한 생각해보고, 많은 레퍼런스 속 본인만의 마인드맵을 찾는다면, 밝고 희망찬 미래는 멀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팀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오늘부터 나만의 매뉴얼, 나만의 마인드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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