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정부가 추석 전에 지급할 예정인 5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모든 가구에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기존 방침대로 소득 하위 80% 이하 가구에 선별 지급할 경우 가정 경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기는커녕 형평성 논란과 경계 가구의 소득 역전 현상, 정부 불신만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29일 5차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 카드 캐시백을 포함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7월 중 국회에서 처리해 추석전에 집행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전 국민 지원을 제안했으나 정부의 재정 악화 주장에 밀려 소득 하위 80% 가구에 선별 지급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대상에서 빠진 소득 상위 20%에게는 대신 카드 사용액 일부를 돌려주는 캐시백을 지원한다. 또 개인별로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고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족 등 저소득층 300여 만 명에게는 추가로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집합 금지 제한 조치로 경영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에게는 '희망회복자금'을 주며 기존 '버팀목플러스자금' 지원 유형도 24개로 세분화하고 최고 단가도 500만원에서 대폭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안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국민건강보험료로 따지는 선별 기준이 불합리하고 경계 가구 간 소득 역전 현상까지 예상돼 경제 활성화가 아닌 위로금 차원으로 지급해야 한다.

실례로 소득 하위 80%는 중위소득 180%에 해당한다. 올해 기준 가구별 중위 소득 180%는 1인 329만원, 2인 556만원, 3인 717만원, 4인 878만원, 5인 1천36만원이다, 여기서 4인 가구가 1인당 25만원 씩 총 100만원을 받으면 80.1%(879만원)로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경계 가구보다 99만원을 더 버는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또 1차 때처럼 소득을 파악하기 쉬운 건보료를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많이 내는 맞벌이 가구와 청년 1인 가구가 제외될 수 있어 맞춤형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도 넘어야할 산이다. 건보료 산정 기준과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가입자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 등 2019년 소득을 종합해 환산한다. 하지만 직장 가입자는 100인 이하 2019년 근로소득, 100인 이상 2020년 근로소득만 따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과거 손실을 보상받을 수 없고 이전 지원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며 아우성이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정부는 재난지원금과 손실 보상금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 선별 구제해 준다는 방침이지만 모두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정 기준을 높여도 나머지 가구의 볼멘 소리를 피할 수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사실 1인당 25만원은 가구 경제에 큰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신뢰를 주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재정 악화를 고집하지 말고 코로나19로 일상을 포기한 국민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