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직원만 100여명 '성업'… 산업화 이후 사양 산업길 걷게 돼

충북 제천시 모산동에 위치한 오래된 잠실 대제산업사 내부 모습. /김명년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제천시 모산동 의림지 인근에 자리한 '잠실'. '잠실'은 누에를 키우던 곳으로 이곳은 '대제산업사'라는 이름으로 제천지역의 먹거리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선희(54)씨의 할아버지 때부터 잠종제조업에 종사해 그의 부친인 고(故) 이상원씨가 올 3월 소천하기 전까지 충북잠사협회에서 이곳을 사용했었지만 지금은 누에를 길렀던 흔적만 남아 보존이 필요한 상태다.

제천의 옛 이름을 딴 '대제산업사'. 제천에 50년 이상을 살았지만 이곳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충북 제천시 모산동에 위치한 오래된 잠실 대제산업사 내부 모습. /김명년 

제천에 거주하는 사람들조차 "잠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디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제천에 숨은 보물이 여기에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1960년대의 산업시설을 볼 수 있는 곳이면서 1970년대 지어진 프랑스식 단독주택은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선희 씨

이선희씨는 1967년 이곳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릴적 '대제산업사'로 성업했을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때부터 누에를 길렀고 아버지도 24살때부터 이곳에서 잠종제조업을 하셨었죠. 할아버지때 있던 건물은 6·25 이후 없어졌고 건축물대장을 떼어보니 1959년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누에를 길렀던 것 같아요."

그 역시 초등학교 이후 제천을 떠나 생활했기 때문에 작은아버지와 고모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달해줬다.

당시만 해도 농업이 성업했던 시절이고 이곳에서도 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작업에 임했을 정도로 큰 공장이었다.

이씨는 "이 주변 농민들이 거의 이곳에서 함께 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그때만해도 이 동네를 먹여 살리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오래된 잠실 대제산업사 건물이 화려한 과거가 무색하게 잡초에 뒤덮여있다. /김명년 

이곳 대제산업사에서는 누에 종자를 길러 제천 일대에 누에 알을 분양하고 농민들이 그것을 길러 수매해 납품하는 형식으로 잠업의 맏형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대형 잠실이 있었기에 이곳 인근에는 '충북제사'라는 공장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인근 주민은 "예로부터 제천·단양지역에는 뽕나무에 얽힌 전설이 많이 내려오고 있어 뽕나무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제천에 이런 대규모의 잠실이 있었고, 1972년 청주(당시 청원군 강내면)에 잠업기술연수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이후 1973년 6월 5일 새마을양잠시범대회가 열렸고 당시 대통령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친잠했다. 이듬해 10월 4일 '새마을권잠실' 현판식을 갖기도 했다.

새마을권잠실 전경. /이지효
새마을권잠실 전경. /이지효

1995년 대한잠사회 잠업기술교육원 새마을권잠실로 개관해 2003년 잠사문화박물관을 준공해 지금 청주시 강내면에 위치한 '한국잠사박물관'으로 누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잠사박물관 내부. /이지효
한국잠사박물관 내부. /이지효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잠업은 사양길을 걷게 됐다. 1980년대 까지만해도 성업을 이뤘지만 지금은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이라든지 건강기능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권기윤 충북도 문화재팀장은 "이곳이 현재 누에를 길렀던 흔적이 남아있는 유일한 곳일 것"이라며 "하지만 더이상 잠업을 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잠사'는 뽕나무를 재배해 누에를 치고 명주실을 얻는 일이다.

누에는 천충(天蟲), 즉 하늘의 벌레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누에의 한자말 잠(蠶)은 천(天)자 아래 벌레 충(蟲)을 쓴 약자인 잠이 사용되기도 한다.

누에는 원래 야생 뽕잎을 먹는 해충이었으나 누에가 주는 실크를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오랫동안 집에서 기르는 과정에서 야성은 퇴화되고 인류사회에 크게 이바지하는 유용한 자원곤충이 됐다.

인간이 누에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5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는 잠업의 황금기로 1980년 12월 30일 서울에 잠사회관도 신축 준공했다.

조선시대에는 왕비가 직접 누에를 기르는 친잠을 해 누에 산업을 장려하기도 했다.

친잠례는 왕이 친히 밭갈이를 하며 농사의 본을 보여 권농정책을 폈던 것과 같이 왕비가 몸소 뽕을 따고 누에에 뽕을 줘 권잠을 하던 의식이다.

친잠례거행 기록을 보면 조선초기인 태종 11년(1411)에 '옛날에 후비 친잠례가 있었으니 앞으로 이를 궁중에서 행하도록 하라'는 왕명이 있은 후 친잠례가 시작돼 그 후 역대 왕비가 친잠례를 거행했고 조선말기 순정효황후가 친잠례를 창덕궁 어친잠실에서 거행할 때까지 그 전통이 이어졌다고 한다.

비단은 최고의 옷감으로 왕이나 귀족에서 입는 귀한 것이었다. 비단의 특징은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의복의 소재로 피부보호 작용이 우수하고 우아한 광택을 낸다.

요즘에는 실크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세탁이 어려워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보감에는 누에는 '하늘이 내려준 벌레'라고 소개하고 있다.

누에가 먹는 뽕잎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식은땀이나 뇌졸중에 좋고 어린이 몸에 열날 때나 불면증에도 도움을 준다.

뽕나무 뿌리도 대장과 소장을 튼튼하게 할때나 당뇨병에 좋고 아기가 침을 심하게 흘릴 때 사용하면 좋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과즙이 많고 당분이 좋아 먹기에도 좋아 뽕나무에서 나는 것은 버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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