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어플로 간편하게 승차… 간선·지선 등 구분하기 쉬워
버스요금 청주比 300원 저렴 전용차선도로 이용 '쾌속行'

지난 달 24일 제주도청에서 대중교통과 오명수 운송지원팀장(오른쪽)과 대중교통과 강상규 주무관(왼쪽)이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지난 달 24일 제주도청에서 대중교통과 오명수 운송지원팀장(오른쪽)과 대중교통과 강상규 주무관(왼쪽)이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건영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지난 2017년 8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청주시보다 2년6개월여 앞서 시내버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준공영제를 시행했다.

제주 대중교통체계 전면에 대한 개편방안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014년쯤이다.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노선권을 가진 버스업체를 버스 준공영제에 편입하기 위한 협상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오명수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과 운송지원팀장은 준공영제 도입에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버스업체와의 협상을 꼽았다.

오랫동안 시행돼 온 버스운송사업 전반에 큰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버스업계가 불안감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정은 청주시도 비슷했다.

청주시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처음 논의된 것은 제주도와 같은 지난 2014년이다.

이후 한 차례 논의가 중단되며 파행을 겪는 등 준공영제 시행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내기까지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민영제에서는 수익성 위주 노선 소유에 따른 업체 간 경쟁으로 노선 조정 및 대중교통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워 노선 공공성을 확보해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 개선을 위해서는 버스 준공영제 도입이 꼭 필요했다."(오명수 팀장)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버스 준공영제 도입 취지는 청주시나, 제주도나 같았다.

제주도가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2017년)과 후(2020년) 달라진 점 비교 그래프.
제주도가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2017년)과 후(2020년) 달라진 점 비교 그래프.

제주도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버스 운행대수를 기존 556대(2017년 8월25일 기준)에서 850대(2020년 기준)로 294대(52.8%) 늘려 배차간격을 좁혔다.

운전원은 671명에서 1천657명으로 무려 986명(146.9%)이 증가, 고용창출 효과까지 발생했다.

노선수는 89개 노선에서 195개 노선으로 106개(121.3%)나 늘렸으며 이에 따른 하루 운행횟수도 4천82회에서 5천930회로 1천848회(48.2%) 늘어나면서 주민들에게 획기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반면 제주도 버스요금을 1천200원(카드 1천150원)으로 낮추며 주민들의 교통요금 부담을 크게 줄였다.

준공영제 시행 이전에는 시내 1천200원, 시외 3천300원이었다.

"교통복지카드 도입에 따른 교통복지 혜택이 확대되면서 70세 이상 어르신과 장애인 등은 무료로 버스 이용이 가능해 졌다. 대중교통이 보다 편리해지고 저렴해지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은 2017년 8월26일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전년대비 2018년 10.8%, 2019년 3.8% 각각 증가했다."(오명수 팀장)

제주도 노선버스는 4가지로 구분된다.

간선(파란색), 급행(빨간색), 지선(녹색), 관광지순환(시티투어버스포함)(노란색)으로 구분되며 멀리서 들어오는 버스만 봐도 알 수 있도록 버스 색을 달리 했다.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가운데)가 제주공항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가운데)가 제주공항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간선은 노선 상 위치해 있는 모든 정류장에 정차하는 가장 대중적인 일반 시내버스 개념이다.

모든 정류장에서 정차하며 승객들이 승·하차 하다 보니 속도가 더디다.

급행은 말 그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로 노선은 간선버스와 같은 노선을 달리지만 모든 정류장에 다 정차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 정류장에만 정차한다.

지선버스는 일부 지역에서만(주로 외곽지) 이동 할 수 있는 마을버스 개념이다.

관광지 순환 버스는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한 지역씩 운영 되고 있으며 시티투어 버스도 시내권에서 일부 관광지 및 박물관, 시장 등에서만 정차한다.

"전면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면서 준공영제도 도입하고 버스 노선, 차량 디자인·색상 등도 다 변경해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2017년 8월26일에 맞춰 추진했다. 이전에는 시내·외 개념만 있었는데 급행버스도 새로 만들고 간·지선 색깔, 노선 번호도 다 바꿨다. 버스 색만 봐도 어떤 종류의 버스인지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주도 버스 준공영제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부담 증가다.

지난해 제주도 버스업체 7개사에 지원된 예산은 1천2억원으로 전년도 962억원보다 40억원 늘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에 지원된 예산은 110억원 수준이었다.

"대중교통 운영규모 및 교통복지를 확대하고 있으며 해마다 인건비 및 물가 상승 등으로 표준운송원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지원액이 1천억원에 이르는 등 제주도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오명수 팀장)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했다. 개편하면서 노선 수와 차량 수를 늘렸다. 전에 가지 않았던 곳까지 노선을 늘리다 보니 준공영제 시행 이전보다 운영 규모가 커져 당연히 재정지원이 커 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교통복지를 실시하고 시외버스 요금을 줄이는 등 이용객들은 편리해지고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강상규 주무관)

제주도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개선방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버스 준공영제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도 수립키로 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이뤄진지 3년이 경과하고 교통여건이 내외적으로 변화됨에 따라 버스 준공영제 전반에 대한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노선버스 모니터링 및 이용실태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한 노선 조정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 하반기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용역에는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내년 상반기 마무리되면 향후 대중교통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오명수 팀장)

청주시보다 2년6개월여 앞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제주도.

오명수 팀장은 올 1월1일 첫 걸음마를 뗀 청주시에 "적정 표준운송원가 산정 및 재정지원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회계·노무 관리 전문 인력 충원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 개선되니 버스도 '하하호호'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지난 달 23일 오전 11시,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시내버스 탑승 장소를 찾았다.

버스 정류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가 버스 안내 전광판을 보고 있다. 

공항 1층 출구로 나오니 바로 앞에 7개의 정류장이 '용담·시청방면', '노형·연동 방면' 등 목적지별로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정류장마다 관광객들이 캐리어, 여행가방을 손에 쥐고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서 있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정류장마다 버스 안내기가 설치돼 있었다.

안내기에는 기본적으로 버스 노선과 도착 시간 등이 표시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번역기능도 추가돼 있었다.

목적지에 가는 버스를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제주버스정보'라는 어플을 통해 제주국제공항에서 목적지인 동문시장까지 검색해 노선을 검색해 '316번'이라는 버스를 찾을 수 있었다.

어플을 통해 검색해보지 않았더라도 정류장에 표시된 노선과 버스안내기를 통해서도 충분히 검색이 가능했다.

노선을 찾은 후 정류소에서 기다리는 동안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의 버스들이 오고 갔다.

이 버스들은 각각 급행(빨간색), 간선(파란색), 지선(초록), 관광지 순환(노랑)의 역할마다 색이 달라 일단 첫 눈에 구분하기가 쉬웠다.

다만 배차시간은 조금 긴 편이였다.

첫 버스를 보내고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는 25~3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버스는 어플과 버스안내기에 안내된 도착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고 탑승 후 확인한 내부는 청주 시내버스 모습과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버스기사 분들은 양손에 짐을 들고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도와 드릴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요금은 1천200원이었지만 카드를 사용하니 1천150원으로 청주보다 300원이 저렴했다.

버스 내부는 쾌적했고 버스전용차선을 통해 운행해 막힘도 없었다.

지난번 제주도 방문 당시 렌트카로 운전에 온 신경을 쏟던 때와 달리 버스 유리창 너머로 제주도 특유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시내버스 기사가 휠체어 손님을 돕고 있다. /박건영
시내버스 기사가 휠체어 손님을 돕고 있다. /박건영

운행 도중 한 정류장에서 휠체어를 탄 승객이 탑승을 하려하자 기사분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휠체어 승객의 한 자리를 마련하고 벨트까지 손수 채워주는 과정에서도 친절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였다.

동문 로터리 전 정거장이 되니 안내방송을 통해서 다음 정거장을 설명했다.

같은 버스를 탑승한 관광객 이 모(24)씨도 "제주도 첫 방문인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다음 제주도 여행도 버스를 이용할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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