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미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에 있었던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는 44개국이 참여하여 협정을 체결하는 데 이것을 '브레턴우즈 협정'이라고 한다.

이 협정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설립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정하고 금 1온스(약 28.35g) 당 35달러로 고정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을 현재 환율로 계산해보면 금 1돈당 약 5천 원이다.

이에 각국에서는 보유하고 있던 금을 미국에 맡기고 1온스당 35달러로 바꾸어 가게 된다. 미 달러 35불이 금 1온스의 가치가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되는 세계가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에 있던 금 보유량의 80%를 미국이 가지고 있게 된다.

그런데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과 독일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미국의 최강대국 지위가 흔들리게 되고 매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적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베트남 전쟁(1964년부터 9년간) 비용, 팽창주의 정책으로 돈 쓸 곳이 계속 늘어나게 되자 결국 가지고 있는 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발행해서 사용하게 된다.

특별히 금 보유량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엄청난 양의 달러를 발행하는 것을 의심한 일부 국가에서 보유 중인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게 되고, 이러한 나라가 점차 늘어나다가 결정적으로 1971년 8월 13일에 영국에서 30억 달러라는 거액을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틀 뒤인 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닉슨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발표를 하게 되는데, 이제 더 이상 달러를 가지고 와도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미 달러 35불이 금 1온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미 달러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것을 '닉슨 쇼크'라고 한다.

그런데 미 달러화는 어떻게 기축통화의 지위를 현재까지 누리고 있는 것일까?

1975년 당시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미국을 대표해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비밀협상을 벌이고 있었는데,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앞으로 원유 대금을 미국 달러로만 받겠다고 선언하게 하는데 합의하게 된다.

이때부터 1971년 금본위제도 폐지와 함께 떨어졌던 달러의 위상은 다시 회복되었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자 세계 물동량 1위의 상품인 원유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서는 미 달러화가 꼭 필요하게 됐던 것이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해서 당시 수십 년간 정권을 잡고 있던 사담 후세인을 축출했다. 표면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이나 9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를 지원했다는 것이었지만, 이라크가 원유 대금을 유로화로도 받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전쟁이 한 달 만에 끝나고 대대적인 수색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전쟁도 불사할 만큼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미국에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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