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내포·천안주재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양승조 충남도지사의 대권 도전이 컷오프로 2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적어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렇다.

혹자는 "충청대망신, 당연한 결과"라며 힐난한다. 양 지사 개인을 향한 비난으로 보이지만 곱씹어보면 충청의 정치적, 지형적 한계를 인정하는 자충수적인 발상이다.

양 지사는 충청대망론을 들고 나왔다. 더 이상 홀대 받아선 안 된다는 목적도 분명했다.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충청이 정치적 변방이 아닌 당당한 중심이 되길 바랐고 누군가는 충청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위기감이 발동하면서 충청대망론을 기치로 나선 것이다. 충청의 홀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광역자치단체 중 충남만이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다. 1998년 퇴출된 충청권 지방은행은 그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중부권동서횡단철도는 사실상 무산됐다.

지형적으로 수도권을 경유하지 않는 SOC 사업은 B/C를 충족할 수 없다. 현재의 기준으로 충청은 늘 서울·경기의 변방일 수밖에 없다. 간혹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조건을 내걸어도 정치적으로 영호남에 밀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선비다운 충청은 흥분하지 않는다. 아니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게 습성이 됐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 충청의 홀대를 극복하겠다는 후보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양승조의 충청대망론은 "더 이상 충청이 홀대 받아선 안 된다"는 의미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을 알면서 시작했던 용기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컷오프로 경선과정에서 돌풍을 이끌어내는 시나리오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그의 도전 자체를 '충청대망신'으로 표현하는 자충수는 더 이상 없길 바란다. 혹시 '충청대망신'을 입에 담고 있는 집단이 있다면 그들에게 "충청대망론을 외칠 수 있는 후보라도 낸 후에 말을 꺼내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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