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은미 충북근로자건강센터 전문상담사

코로나19는 그동안 당연시하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보게 한다. 그 중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나 만남의 단절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충북근로자건강센터에서 전문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이곳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일하면서 다시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들은 바로 근로자들이다.

내겐 잊혀지지 않는 그리운 근로자 한 분이 계신다. 바로 지금은 돌아가신 시아버님이시다. 목수로 한평생을 일하시며 성실하게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다. 시아버님은 정이 많으셔서 큰며느리인 내게 딸이 아니라 아쉽다며 소중하게 아껴주셨다. 어쩌면 친정아버지보다 더 잔정이 많으셨던 것 같다.

어느 해 봄날, 그날은 벚꽃이 만개하여 온통 천국 같은 분홍빛으로 가득했던 오후였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평상시와는 다른 남편의 가라앉은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못하고 남편의 말을 들었다. 남편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건넨 말은 시아버님이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시다가 추락을 당하셨다는 것이다. 정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미 아버님은 애석하게도 하늘나라로 떠나시고 난 후였다.

봄, 만개한 벚꽃길을 달려 장례식을 치뤘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모른다. 그해에는 유독 벚꽃이 아름다워 천국 같았다. 아버님의 사망 이후 어머님은 부재와 상실의 슬픈 시간을 감내하셔야만 했다. 출근길 아침 아버님은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영영 이별을 하셨다. 전날 아마도 저녁식사를 함께 했던 것 같다. 이별의 시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늘 그랬듯이 평온한 저녁식사였다.

밥상 앞에 둘러앉아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그날 저녁이 사무치게 그립다. 돌아보니 아버님은 새벽에 일을 나가시고 컴컴한 저녁에야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셨던 고단한 삶을 사셨다. 아마도 우리 아버님은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다. 자신의 힘든 일보다 자식의 살림살이가 고될까 봐 걱정하는 부모의 삶. 이제야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

근로자 상담을 하며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더 물어보고 그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의 작업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 분들이 고맙고 귀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취약성을 상담할 수 있는 것은 큰 용기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은 여러 방면에서 변화가 빠르다. 그런데 생활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더 이상 일상의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소중하게 느끼며 긍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어려움에 봉착해있는 느낌과 하나 되기보다는 소중한 것들을 알아차리는 자신을 지지하면서 하루를 더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냈으면 좋겠다.

자주 무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곳 근로자건강센터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 전액 무료로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으로 전국 근로자건강센터 23개소 및 분소 21개소에서 전문의, 간호사, 산업위생관리기술사, 물리치료사, 상담심리사 등 전문가들의 전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충북근로자건강센터 송은미 전문상담사
충북근로자건강센터 송은미 전문상담사

근로자가 직접 방문하여 건강에 대한 모든 상담, 건강진단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직업병, 직무 스트레스 심리상담 등을 실시한다. 특히 뇌심혈관 질환예방, 직업 환경 상담, 근골격계 질환 예방 운동 등 근로자의 건강지킴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충북근로자건강센터에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어가는데 많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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